현대인에게 수심결이 필요한 이유
현대인에게 수심결이 필요한 이유
한국 불교 역사 속에서 가장 뛰어난 스님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신라의 원효와 고려의 보조지눌(普照知訥, 1158~1210)을 뽑을 것이라는데 이견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한국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도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불교가 시작된 이래로 부파불교와 대승불교를 거치며 불교는 일체중생의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그 뜻을 펴기 위해 다양한 대소승의 교리와 경전 등을 통해 다양성과 심화된 가르침으로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나아가 인도의 힌두교의 성립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이란,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사상, 철학, 종교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며 발전했다. 특히 대승불교의 성립과 함께 불교의 방편은 그 다양성과 보폭을 넓히며 다양한 방법으로 중생들을 괴로움에서 깨어나도록 이끌었다.
이처럼 인도에서 시작되고 확장된 불교가 전 세계 곳곳으로 전파가 되었으며, 특히 중국으로 들어온 불교는 종파불교의 흐름을 타고 각 경전별, 사상별, 방편별로 그 교학을 더욱 심화 발전시켜 나갔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라 해도 중생들의 다양한 근기에 맞춘 방편의 설법이 없다면 중생을 구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방편의 확장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접근의 방법을 제공해 주었고 대중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런 불교의 다양화, 대중화, 교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체중생의 괴로움 소멸과 해탈이라는 불교의 고유한 정신을 생각했을 때, 과연 방편의 확장과 교리의 발전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깨어나게 했을까? 오히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가 가장 많은 출재가자들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우후죽순으로 깨어나는 진정한 깨달음의 시대였지, 그 이후의 시대에는 무수한 방편의 확장과 교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들이 깨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것을 반전시킬 수 있는 불교 역사 속의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것이 바로 선불교의 등장이다. 선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 이후 역사 속에서 일어난 온갖 교리의 발전, 방편의 다양화, 대승경전의 등장, 무수한 수행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요원해져만 가던 깨달음, 해탈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것을 다시 현실로 드러내 주었다.
선불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말 그대로 과거의 모든 격식을 타파한다. 그동안 무수히 발전해 온 수행법과 좌선 등의 형식화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한없이 발전한 교리와 교학의 발전에 불립문자(不立文字)로 응수한다. 불교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교리와 수행법을 하나하나 관심석(觀心釋)으로 깨뜨린다.
육조혜능(六祖慧能, 638~713) 은 『육조단경』에서 무수히 많은 그간의 교리와 교학, 수행에 대해 자기만의 관심석을 써서 파격적으로 설한다. 남악회양(南嶽懷讓, 677~744)은 앉아서 좌선만 일삼고 있는 제자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을 깨닫게 하기 위해 기왓장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는 방편을 선보임으로써 수행의 본질을 일깨웠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