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 (1)
고통에서 벗아는 방법
삼계(三界)의 뜨거운 고통이 마치 불타는 집과 같은데, 어찌 그대로 참고 머물면서 그 기나긴 고통을 달게 받고만 있는가? 윤회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부처를 구하는 것이 제일이다. 만약 부처를 구하고자 한다면, 부처는 곧 이 마음일 뿐인데, 어찌 이 마음을 먼 곳에서 찾고자 하는가?
三界熱惱 猶如火宅 其忍淹留 甘受長苦 欲免輪廻 莫若求佛 若欲求佛 佛卽是心 心何遠覓
사람들은 깨달음, 괴로움으로부터의 해탈, 속박에서 벗어남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지금 당장 가지고 놀 수 있는 재미있는 장난감도 있고, 맛있는 음식도 있고, 오욕락을 추구하고 성취하며 사는 삶이 나름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성과의 사랑도 달콤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일도 즐겁다. 직장에 취직해서 승진하는 것도 즐겁고, 돈을 벌고 모으며 쓰는 일도 즐겁고, 아파트나 부동산에 투자해서 몇억씩 오르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하다.
이와같은 즐거움에 사람들 의식이 온통 사로잡혀 누가 더 많이 벌고, 누가 더 많이 쓰고, 누가 더 좋은 집에 사는지와 같은 비교 우위를 점하는 경쟁 놀이에 완전히 빠져 있다. 이런 오욕락(五欲樂)의 재미에 푹 빠져 살다 보니 누군가가 몇십 년 뒤에 닥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 오욕락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 등을 알려 주더라도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당장 지금이 재미있어서, 또 그런 것을 신경 쓸 시간에 더 빨리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 재물, 사랑 등에 온통 정신이 빠져 재미를 누리다 보면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 사랑, 가족 돌봄이라는 명분 아래 성공에 대한 목마름이 갈수록 커진다. 아이가 커가면서 사교육비 지출이 더욱 늘어나고,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게 하려고 부부가 함께 ‘목숨 걸고’ 돈벌이에 나선다. 돈을 못 벌면 아이 공부를 뒷받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아이를 위한 부모의 이런 노력이 전도(顚倒)되어 되려 아이를 외롭게 하고, 가족을 위해 기러기 생활을 하는 아빠의 희생이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언젠가 한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 적이 있는데, 강의가 끝난 뒤 퇴직을 앞둔 고위직 간부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스님 말씀처럼 젊은 시절 온통 돈벌이, 진급, 성공에만 매달렸습니다.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에 성공을 위해 달려가기 바빴지요. 이제 와서 보니 인생의 화려한 시절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렸어요. 돈 좀 벌고 진급하고 안정되면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그 사이에 아이들은 다 커버려 이젠 내가 필요 없어졌고, 이렇게 젊음은 가 버리고 정년퇴직이 눈앞이더군요. 말 그대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퇴직이더라고요. 얼마나 허망한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평생이 다 지난 뒤였다는 것! 우리의 인생이 이와 같지 않은가? 젊었을 때는 이 세상이 불타고 있고, 내가 불타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산다. 이 달콤한 즐거움, 영원할 것 같은 젊음도 ‘한 방에 훅’ 하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모른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