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진 교수의 과학과 불교사상] 22. 성주괴공Ⅰ
- 별의 생멸 空에서 출발 空으로 돌아가 -
- 우주는 영원한 것없는 제행무상 세계 -
우리의 우주는 별이나 혹성 등의 천체 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평균 거리가 대략 5광년 정도 되는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과 별 사이의 대단히 넓은 공간에는 무수히 많은 물질이 존재한다.
연기나 안개와 같이 그 밀도가 아주 적으며 주성분이 수소인 이 물질을 성간물질이라 한다. 이 성간물질은 우주 공간에 균일하지 않게 분포하며, 그 밀도는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 간다. 이것이 성주괴공(成住壞空)에서의 공의 단계이다. 아무 것도 없는 듯 하지만 무의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가 이로부터 나올 수 있는, 있는 듯 하기도 하고 없는 듯 하기도 한 그런 상태이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 성간물질이 어느 정도 이상의 밀도로 모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사방의 별에서 오는 빛에 의해 이 덩어리에 광압이 가해지게 되며, 이에 따라 이 덩어리는 더욱 밀집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이렇게 수축되는 과정이 계속되면 내부 압력이 커지고 온도가 올라가게 되어 밖으로 퍼지려는 경향이 생기게 되지만, 이 성간물질의 덩어리 내에 탄소 등의 고체입자가 소량 섞여 있게 되면 발생되는 열을 장파장의 전자기파 복사로 방출시키게 되어 열을 식히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수축 과정이 지속될 수 있다. 이 과정이 계속되어 어느 정도 이상의 밀도가 되면 성간 물질 자체의 중력에 의하여 수축 과정이 가속화된다.(우주에는 기본적인 4가지 힘이 존재하며 이 4가지 힘 중에서 중력은 가장 약한 힘이지만 우주의 진화는 거의 전적으로 이 중력에 의한 것이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내부의 압력과 온도는 계속 올라가게 되는 데 온도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뜨거운 난로가 붉은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이) 희미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다가, 온도가 1천만도 이상에 이르게 되면 네 개의 수소 원자핵이 결합하여 하나의 헬륨핵을 이루는 핵융합반응이 시작된다.
수소 원자핵 4개의 질량은 헬륨 원자핵 하나의 질량보다 크며, 이 과정에서의 결손질량이 E=mc2 이라는 식에 의해 에너지로 변환되고 이 에너지는 빛의 형태로 우주 공간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있는) 별이 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매일 보는 햇빛도 이런 식으로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이다. 태양의 경우 수소와 헬륨의 구성 성분비로 보아 약 50억년 전부터 핵융합 반응을 시작하였다고 추산된다.) 이것이 성주괴공의 첫 단계인 성의 단계 즉 탄생의 단계이다. 이로써 별로서의 생명이 시작된다.
이렇게 일단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별을 수축시키려는 중력과 별을 확산시키려는 열에너지가 힘의 평형을 이루어, 별은 대체로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게 된다. 또한 대체로 일정한 양의 수소를 소모하므로 별의 밝기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별이 커지면 내부의 압력과 온도가 높아 격렬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되어 밝은 별이 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어두운 별이 된다. 이러한 안정된 단계는 수십억년에 이르기 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다. 이는 성주괴공의 주에 해당하는 단계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수소 핵융합 반응은 그 원료인 수소가 다소모되고 나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으므로 별의 일생은 끝나게 된다. (태양은 약 50억년 정도 핵융합 반응을 더 진행할 수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성주괴공의 괴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 단계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으므로 다음 글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성주괴공의 원리는 유기 생명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영원한 것 처럼 생각되는 태양과 같은 천체에 까지 적용되는 우주의 원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성간물질이 인연따라 모여 밝은 빛을 뿜어내는 별이 되어 활동하다가 생명을 다하고 나면 다시 한 번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삼천대천세계 역시 오로지 연기법의 현현일 뿐이며, 그러므로 제행무상이요 제법무아일 뿐이다.
글: 양형진<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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