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마음의 기운...이래도 남을 미워하시겠습니까???

장백산-1 2010. 12. 24. 17:16

이래도 미워하시겠습니까 ?


# 1. 2000년도 더 지난 옛날 예수는 말했습니다. “남을 심판하지 말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 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 받을 것이다”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을 미워하지 말라, 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듯이 원수조차도 사랑하라” 언뜻 이해가 되질 않고 선뜻 공감이 안되네요. 왜 남을 심판하면 안되고 미워해서도 안되고 원수조차도 사랑하라고 할까요 ?

# 2. 2500년 전 인도에서의 일입니다. 석가모니가 죽림정사에 머물고 있을 때, 어느 브라만 계급의 사람이 석가모니를 찾아와서 브라만 계급의 한 청년이 머리를 깎고 출가를 한 것에 울분을 느끼며 석가모니에게 온갖 욕설을 퍼 부었습니다. 그 욕설을 다 들은 석가모니가 되물었습니다. “그대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대접했는데 만약 그가 그 선물을 받지 않는다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입니까?” 그때 브라만 사람은 “물론 상대가 받기를 거부하면 그것은 나의 것이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석가모니가 말했습니다.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 당신은 온갖 욕설과 악담을 했지만 내가 그것을 주지도 받지도 아니하였으니 그것은 전부 당신 것이요”

# 3. 달라이 라마의 연설에서 나온 말입니다. “평화를 경험하고 싶으면 다른 이들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평안함을 느끼고 싶으면 다른 이들에게 평안함을 알게 해주십시오. 당신의 슬픔이나 노여움을 치유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슬픔이나 노여움을 치유해 주도록 노력하십시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한낱 한시라도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서 고립된 삶을 살기 어렵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매일 매일을 사람과의 관계를 이루어 가면서 살다 보면 물론 좋아하고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사는 경우도 있지만, 미워하고 증오하는 감정으로 사람을 심판하고 매도하고 따돌리고 싶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인간이라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런데 왜 남을 미워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 좋은 것으로 남에게 베풀라 그럴까요 ?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감정을 일으키는 마음의 기운 때문이랍니다.

어떤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는 그 감정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마음의 기운을 품어야 합니다. 가령 남을 미워하려면 미워하는 감정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마음에 미워하는 기운을 채워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남을 증오하거나 심판하려면 내 마음속에 먼저 증오와 심판의 기운을 채워야 합니다. 이렇게 채워진 기운을 가지고 말로 행동으로 때로는 마음으로 미워하는 사람을 향해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움, 증오, 심판의 감정을 일으키는 마음의 기운은 아주 나쁜 기운입니다.즉 마음의 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을 미워하기 위해서 만든 이 나쁜 감정의 기운이 먼저 내 마음을 채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남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심판하려면 먼저 나 자신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심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사람을 사랑하고 평안을 주고 치유를 해 주려는 마음에는 먼저 사랑하고 평화스러운 기운을 채워야 합니다. 내 마음속에 이러한 좋은 기운을 가득 채운 후에야 그 기운을 상대방에게 전달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즉 남을 사랑하는 것은 곧 나를 먼저 사랑하게 되는 것이랍니다.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으로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이치입니다.

남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심판하는 감정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것은 그대로 나 자신을 향한 자기 학대가 될 것이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을 그만큼 사랑하는 것이지요. 즉 우리가 남을 증오하기 전에 그 일으킨 기운으로 나를 먼저 증오하는 것이고 남을 사랑하기 전에 내가 먼저 사랑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남을 미워하지 말라, 네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 하였고, 석가모니는 미움과 욕설이 어디에서 나고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스스로 깨닫도록 한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연설도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게 배려하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먼저 베풀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