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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제 그 칼을 내려놓을 때다

장백산-1 2020. 12. 16. 10:30

 

검찰, 이제 그 칼을 내려놓을 때다

 

소준섭 입력 2020.12.16. 09:42

 

[주장] 그간 너무 많은 일을 너무 열심히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제 식민지 및 군사독재의 유제(遺制)로서의 '법치'

 

최근 검찰 측에서 '법치'란 용어를 애용하고 있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법률에서 대략 일본 법률용어가 60~70% 점하고 있다. 비단 용어만이 아니라 법률 조문 자체도 그렇다. 일본 법률용어를 그대로 베낀 것이다. 보다 정확히 얘기한다면, 베낀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식민지통치 기간 일본제국주의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강요하던 일본 법률을 대부분 그대로 계승하여 사용했다. 법률제도만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 일제에 봉사했던 관료집단 역시 해방 후에도 대부분 그대로 자리를 강고하게 지켰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기본적으로 일제식민지가 남긴 법적, 인적 토대 위에서 운용되었고, 이같은 토대를 그대로 이어받은 박정희 군사독재는 한발 더 나아가 영구집권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짓밟는 한편 국회와 법원을 무력화시키고 검찰과 경찰을 권력의 충견으로 만들었다. 유신헌법은 기존에 법관추천회의의 추천으로 대법관을 임명하던 것을 대법원장 1인 그리하여 결국 대통령의 뜻으로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하였고, 국회 전문위원도 각 상임위에서 선출하던 것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회 사무총장이 임명하도록 하였다. 또 세계에서 유례없이 헌법의 영장주의 조항에 검찰의 독점적 영장 '요구'권을 규정하였다.

 

외형상 군사독재를 퇴진시킨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이른바 '87체제는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 외에 사실상 아무 것도 고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당시 권력이 자신의 손에 쥐어졌다고 착각한 야당 세력은 헌법상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 조항에 전혀 개의치 않았고 다만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앞에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라는 '아무 의미 없는' 미사여구만 붙였을 뿐이었다. '87체제는 그야말로 미사여구의 외형상 민주주의였을 뿐, 실제로는 '법치'를 앞세운 검찰을 선두주자로 하는 관료지배 체제였다.

 

결국 이 땅에서 법률 그리고 그에 토대한 '법치'란 일제 식민지시대와 군사독재의 유제(遺制)라는 성격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한, 따라서 그리 자랑스럽지 못한 것으로 되고 말았다.

 

검찰에 의한 '검란(劍亂)'의 시대

 

총을 들었던 정치군인들이 사라진 그 자리를 법이라는 칼을 든 검찰이 대체하였고, 그리하여 검찰에 의한 '검란(劒亂)의 시대'가 열렸다.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 그리고 영장청구권을 한손에 쥐고 그야말로 무소불위 권력의 칼날을 휘둘렀다. '나는 새'도 잡고 '살아있는 권력'도 잡았다. 가히 세계 검찰역사에 볼 수 없는 한국 검찰의 '무용담'이라 할 만 하였다. 칼을 든 검찰 뒤로는 돈줄을 쥔 기재부와 금융모피아가 따랐다.

 

보수정권의 시기에는 그야말로 권력과 관료집단이 혼연일체가 되어 통치에 합심했다. 그러나 이른바 민주 정부들은 좋게 말하면 너무 '순진'했고, 사실대로 말한다면 '무능'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업무를 관료들에게 의존한 채 오직 자신들의 집권 유지에 급급했을 뿐이다. 촛불시위 이후에도 이 관료지배 체제에는 사실상 아무런 실질적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검찰, 그간 "너무 많은 일을 너무 열심히" 했다

 

검찰은 지금 이른바 '판사사찰 문제'가 제기되자 이에 대응하여 외국 사례들을 수집해 반격의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게 외국의 사례를 말한다면, 먼저 세계 어느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 그리고 영장청구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가부터 말해야 할 일이다.

 

기소권 독점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한국 검찰처럼 6천 명도 넘는 수사단을 보유하는 검찰이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는가? 지금도 검찰은 스스로도 검찰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어떠한 사건이든 '수사'라는 칼날을 내밀고 그것이 자신의 본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것은 검찰의 본분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 일제강점기 이래 왜곡되어왔던 본분일 뿐이다.

 

검찰, 그간 너무 많은 일을 너무 열심히 했다. 이제 그 칼을 내려놓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