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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여행자

장백산-1 2022. 1. 7. 14:52

순간의 여행자

'순간의 여행자'라는 이 말이 바로 우리들의 정체가 아닐까?

여행자는 여행을 떠나 난생 처음보는 여행지를 낯설고도 생경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여행을 한다.
지금까지 살던 곳과는 다른 새로운 풍광을 보기에 그 첫 번째 바라봄은 늘 진하고 짠하고 온전하고 생생하다.
여행자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언제나 생생하게 온전히 바라본다. 그렇게 보는 것이 여행자가 여행자인 이유다.

우리 존재들야말로 이 생으로 여행을 온 여행자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매 순간이 똑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새로운 지금 이 자리를 생생하고 짠하게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살면서 할 일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순간의 여행자'로써 매 순간 펼쳐지는 삶을 온전히 체험해 보라.
새로운 것들을 보러 여행을 떠나온 자가 '볼 것'을 안 보고 그냥 돌아간다면 여행을 온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 된다.

 

지리산 해돋이를 보러 가서 막상 해가 떠오를 때 그 장엄한 일출 광경을 보지 않고 돌아 온다면, 혹은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에 다른 생각이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해돋이를 보러 간것과는 전혀 의미가 없지 않은가. 누구나 해돋이를 보러 가서는 온전하게 생생하게 진하게 해가 돋는 광경을 바라보게 마련이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에는 온 시선을 집중하고 존재의 온 정신을 기울여 마치 솟아오르는 해와 하나되듯이 바라보는 것이다. 그 때 해와 나는 둘이 아니다. 그게 해돋이 여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라는 여행도 이와 같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 매 순간의 삶을 경험하고 체험하며 충분히 누리고 만끽하기 위해 잠시 이 지구에 내려 온 '순간의 여행자'다. 그런데 순간의 여행자의 역할을 잊어버린채 우리 앞에 주어진, 장엄하게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과도 같은, 지금 이 순간 매 순간이라는 장엄하고도 찬란한 지금 여기를 매 순간 놓치며 살고 있지는 않았는가? 그것은 삶이라는 여행의 목적 자체를 망각(忘覺)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여행이라면 왜 인신난득(人身難得)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인간의 몸을 받아 지구별로 여행을 왔어야 했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순간'의 여행자일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매 순간을 매 순간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너무나도 쉽고 당연하다. 우리에게 유일(唯一)하게 분명한 실재(實在)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몸이 당신인가? 생각이 당신인가? 영혼이 당신인가? 지위나 명예가 당신인가? 이름이 당신인가?
깊이 사유해 본다면 몸, 생각, 영혼,지위, 명예, 이름 그 어떤 것도 당신의 실재(實在)가 아니고 진실(眞實)이 아니다.

 

몸도 내가 아니며, 생각도 내가 아니고, 느낌 감정도 내가 아니고, 이름도 내가 아니고, 명예도 내가 아니고, 영혼도 내가 아니다. 몸, 생각, 느낌 감정, 이름, 명예, 영혼 그런 것에서는 나에 대한 어떤 진실(眞實)도 찾을 수가 없다. 이것들은 전부가 다 만들어진 이름일 뿐이고 모양일 뿐이다. 불교에서는 만들어진 이름들이나 모양들 그런 것들을 명색(名色)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명색(名色)은 실체가 없다.

그렇다면 당신에게서 진실(眞實)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전적으로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진실(眞實)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경험하는 매 순간의 체험일 뿐이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매 순간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매 순간을 체험하고 있다. 이 사실 이것만이 당신에게서 반박할 수 없는 유일(唯一)하고 확신할 수 있는  진실(眞實)이 아닐까? 이 사실은 맹목적으로 믿으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이, 의심할 필요도 없이 그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당신에게서 무엇이 진실인지를,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인 매 순간이라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관찰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당신에게 주어진 매 순간의 현재를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자기 자신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매 순간의 현실을 충분히 경험하고 만끽하고 생생하게 느껴보는 것, 과거의 경험을 투영하여 지금 여기라는 이 순간 이 자리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여행자가 되어 매 순간이라는 전혀 새로운 지금 여기를 어린 아이의 낯선 눈으로, 난생 처음 보는 것과 같은 생경함으로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실천이 아닌가.

이러한 '순간의 경험과 순간의 관찰'을 통해서만 우리는 이 꿈같은 세상 너머의 진실(眞實)을 이해할 수 있다.
표면적인 이 세상 너머에, 나라는 존재 너머에, 지금 이 순간 너머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이 곳 지구별에 온 이유를 잊지 말라.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매 순간을 체험하기 위해 잠시 지구별을 방문한 '순간의 여행자'임을 잊지 말라.

 

몸은 겉 껍데기에 불과하다. 몸은 내가 아니다. 성격도, 이름도, 직업도, 외모도, 명예도, 학벌도, 돈도 재물도, 그 어떤 것도 내가 아니다. '나'라고 여겨지는 모든 것을 모조리 의심해 보라. 그것들은 내가 아니다. 우린 그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라는 생생하고도 의심할 수 없는 매 순간을 온전히 체험하고 관찰하는 '순간의 여행자'일 뿐이다.

 

순간의 여행자인 우리들이 이 생에서 할 일은 오직 하나,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순간 매 순간을 온전히 바라보고 낯설게 구경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며 100% 경험해 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놓치면 영원히 다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여행지를 돌아보듯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매 순간이라는 전혀 새로운 여행지를 놓치지 말고 지켜보라.

언제나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구경하는 '순간의 여행자'가 되라.

2013.04.19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