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대기발령' 류삼영 서장 "' 까불면 죽는다'고 장관이 시범 보인 것"

장백산-1 2022. 7. 24. 09:43

'대기발령' 류삼영 서장 "' 까불면 죽는다'고 장관이 시범 보인 것"

박수지 입력 2022.07.24. 09:05 수정 2022.07.24. 09:25
[일문일답] 경찰서장회의 주도한 류삼영 총경
경찰청, 회의 직후 대기발령..참석자 감찰 착수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며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경찰대 4기)이 회의 직후 24일 자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경찰청은 이날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 50여명에 대해서도 해산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즉각 감찰에 착수했다. 류 총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게 바로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증거”라고 했다. 다음은 류 총경과의 일문일답.

 

―갑자기 대기발령이 났다.

“저는 담담하다. 서장 회의에서 내부적으로 ‘경찰서장 협의회’를 만들자고 결정됐고 제가 추대받아 총대를 멘 협의회장이 됐다. (그러자) 바로 ‘머리’를 자른 셈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이 회의 참석자 징계를 시사하며 강경하게 나왔다.

“서장 회의 전날(22일) 후보자 쪽에서 전화가 왔다. 서장 회의 마치고 다음주 월요일(25일)에 회의 결과도 보고받고 식사를 하자고. 후보자는 회의를 불법으로 보지도 않았고, 회의 결과를 보고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갑자기 회의 도중 해산을 지시하며 불법으로 규정하고 울산에 돌아가던 도중 저녁 7시반께 대기발령 연락을 받았다.”

 

―징계 방침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나 ‘윗선’ 의사로 보는 건가.

“정보가 없어서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후보자 윗선이라 생각한다. 다만 저의 조그만 불이익은 문제가 아니다. 경찰들은 인사권 쥔 사람한테 복종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시킨 대로 하지 안 하겠나. 그러면 국민들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 수있다. 이런 것 때문에 제가 장관한테 인사권이 주어지면 안 된다고 얘기한 것이다. 이게 바로 증거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줘야 한다. ‘견리사의’라고 생각한다. 옳은 일을 하는데 무슨 이익을 따지나. 당장 우려한대로 (경찰국 신설 등을) 못 막아서 하루 만에 이렇게 된 거 아니겠나.”

 

―경찰이 그동안 청와대 지시는 받았으면서 행안부는 왜 안 되냐는 지적이 있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청와대 지시를 받은 것은 없다. 형식적으로 경찰위원회가 결정하고, 경찰청이 집행한다. 물론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러한 절차는 경찰의 중립성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었는데,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은) 형식적으로도 중립성을 없애는 거라 위험하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가 일반 국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

“경찰이 내무부(옛 행안부) 치안본부로 있다가 1991년 경찰청으로 독립했다. 치안본부에 있을 때 경찰이 민주투사들을 억압했다. 그렇게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돌아가셨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생겼다. 내무부 장관 지시를 받거나 눈치 보다가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 반성으로 생긴 게 경찰청이다. 행안부 장관은 심지어 선거 사무를 관할하는데, 지난 30년 동안 어떤 장관도 하지 않았던 것을 지금 이 장관이 바꾸자고 하는 것이다. (대기발령은) 장관이 인사권을 쥐었을 때 ‘까불면 죽는다’는 것을 시범보인 것이다. 경찰이 80년대처럼 돌아가서는 안 된다.”

 

―경찰의 반발에 그럼 ‘통제받기 싫다는 거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법에 국가경찰위원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으니 행안부에도 경찰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상 법무부 장관 업무에는 검찰이 있지만, 행안부 장관 업무에는 경찰이 없다.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 경찰이 잘못을 많이 해서 행안부 장관 업무에서 뺐는데, 지금 이렇게 추진하는 것은 우격다짐이다. 검찰이 직접 최루탄을 쏘고 고문하지는 않지 않나. 경찰 업무의 그런 위험 때문에 잘못을 반성했는데 왜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나. 지휘규칙 입법예고 의견수렴도 원래 40일가량 하는데 청장도 없는 상태에서 (5일간) 급하게 진행했다. 임기 시작하면 말 안 들을 것 아니까, 후보자니까 이렇게 한다고 본다.”

 

―국가경찰위원회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국가경찰위원회를 내실화하고 실질화해야 한다. 경찰위원들도 행안부 장관이 아니라 여당·야당에서 각각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도 회의에서 나왔다.”

 

―앞으로 계획이 있나.

“회의 직후 말씀드린대로 서장들과 논의하면서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노력을 계속하겠다. 이번에 대기발령이 났는데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경찰국 문제의 중요성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방향이 어떻게 정해질지 중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역사적 퇴행” 초유의 경찰서장 회의 열렸다…지휘부는 징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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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