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졸업생 엄마가 본 당시 현장... "미쳤구나"
글쓴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사 졸업생의 어머니로서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편집자말>
[김현숙 기자]
▲ 대통령에 항의하다 입 틀어막힌 KAIST 졸업생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2024.2.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 연합뉴스 |
지난 16일 KAIST 졸업식장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어젯밤에 학생들에게 공지한 모양이었다. 부모들도 늦지 않게 와달라는 당부를 전해 들었다. 식장 앞에 도착했을 때 대기 줄은 몇 겹으로 꼬이고 꼬인 채 늘어져 있었다.
보안검색 때문에 입장이 늦어지나... 생각하며 내 순서를 기다렸다. 하지만 입장 시간인 오후 1시 30분도 되기 전에 나로부터 한참 앞에서 입장이 차단당했다. 식장이 만석이라 더 이상 들여보내 줄 수 없으니 옆 강당으로 가서 스크린으로 식을 관람하라는 말을 들었다.
졸업생 1인 2매의 입장권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입장권만 있으면 당연히 입장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졸업식장의 주요 인사가 바로 내 자녀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오는 가족이 아니던가.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통령 때문에 가족이 식장에 들어갈 수 없는 일이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진즉에 포기하고 옆 강당으로 이동했지만, 비교적 앞줄에 서 있던 사람들은 경호원들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희박하나마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실상 안에는 만석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빈자리가 많았고, 보안 명목으로 무대에서 가까운 곳 좌석을 아예 통제해 버려서, 그만큼 수용인원도 줄어든 것이다. 어떤 이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분개하며 소리치고, 또 다른 이는 '언니 졸업식인데 언니도 못 보게 한다'며 울며불며 항의했다. 그제야 순차적으로 입장시켜 주었는데 족히 2백 명은 더 들어간 것 같다.
대체 눈앞에 뭐가 지나간 거지?... "방금 학생이 끌려 나갔어요"
▲ 24년도 KAIST 졸업식 졸업식 당일 현장에 참석해서 찍은 전경입니다. |
ⓒ 김현숙 |
학사, 석·박사 졸업생들과 귀빈들, 그리고 관련 스텝들이 1층에, 가족 관람객들은 2층 객석을 가득 메웠다. 무대를 기준으로 앞 블록에 박사수료생들이, 중간에 석사, 맨 뒤쪽에 학사생들이 자리했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장장 3시간 동안 치러질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곧 대통령의 축사가 있었다. 축사 도중 1층 석사생들이 자리한 블록에서 일순간 어수선한 동향이 포착되었는데, 이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대체 눈앞에 뭐가 지나간 거지?' 잠시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방금 전의 일을 복기해 보니 순간 몇 마디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그 일대에서 움직임이 일었다. 그리곤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가 자리한 곳은 사건이 일어난 블록의 바로 위층이었으므로 자세한 동향을 살필 수는 없었다. 내 눈이 의심스러워 옆 사람의 눈까지 동원해서 확인해야만 했다. '방금 무슨 일이에요?'라며 낯선 옆 사람의 눈을 쳐다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학생이 끌려 나갔어요."
순간 "미쳤군"이라면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러는 사이 대통령은 한순간 주춤하거나, 망설이지도 않고 축사를 읽어나갔다. 마치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듯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말 그랬다.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국민, 그것도 빛나는 졸업식의 주인공을 개처럼 끌고 가는 장면을 그대로 두었다. 최소한 과격하게 입을 틀어막으면서 제지하는 경호원의 태도에 한마디 유감이라도 표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 KAIST 학위수여식 참석자 향해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졸업생, 학부모 등 행사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2.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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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연구개발비(R&D) 예산을 삭감해 놓고도 축사에서는 그와 상반된 이야기를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대통령이 읽고 있는 축사는 속 빈 강정이었고 영혼 없는 설명서였다. 최소한 대통령 본인이 진심으로 전하는 축하의 메시지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졸업식에서의 온갖 행태가 이해불가였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에나~'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평생 한 번 있는 아이의 대학교 졸업식은 씁쓸함으로 남았다.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지금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사라지는 군사정권 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스토리'에 2월 17일 게재를 했지만, 내용을 다소 수정해서 오마이뉴스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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