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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1) - 정견(正見)

장백산-1 2024. 8. 28. 14:44

팔정도(1) - 정견(正見)


정견(正見)은 ‘바른 견해’다. 『잡아함경』 28권에서는 ‘정견이 있으므로 정지(正志) 내지 정정(正定)을 일으킨다’고 함으로써 정견이 나머지 7 가지 실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며 팔정도 성립의 근본임을 설하고 있다.

경전에서는 정견을 ‘사성제에 대한 바른 지혜’, 혹은 ‘연기에 대한 바른 지혜’라고 설명하며, 이는 곧 무명의 반대가 되는 명(明)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바른’ 견해에서 ‘바른’은 곧 연기와 사성제, 무아와 중도, 자비에 대한 바른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정견은 세상을 독자적으로 홀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기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이며, 고정된 실체관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비실체적인 무아로써 보는 견해이고,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친 견해가 아닌 중도적인 견해로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그러한 동체적인 자각 속에서 동체대비의 자비심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이러한 연기, 무아, 자비, 중도의 견해가 생겨나면 비실체성을 자각하기에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세상을 둘로 나누어 분별하는 분별심을 떠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아주 쉽게 말하면, 그저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내 생각이나 분별을 가지고 대상을 해석하고 분별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왜곡 없이,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중생들이 정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생각, 자기 분별이라는 저마다의 필터를 가지고 대상을 자기 식대로 왜곡해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상을 좋다 나쁘다고 분별해서 보는 것이 곧 정견(正見)이 아닌 삿된 견해다. 좋다 나쁘다는 분별의 견해는 곧 좋은 것은 집착하고 싫은 것은 거부하는 취사간택심으로 이어져 괴로움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정견은 분별없이 보는 무분별의 견해이고, 취사간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견해다.

이러한 연기와 무아, 중도가 바탕이 된 정견은 어떤 특정한 견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별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기에, ‘견해 없음’에 가깝다.

『맛지마 니까야』 72경에서는 “고타마 붓다는 어떤 견해를 취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여래는 그 어떤 견해도 취하지 않으며, 모든 견해를 없애버렸다”고 답하고 있다. 나아가 “여래는 모든 견해, 모든 짐작, 모든 ‘나’라는 견해, ‘나의 것’이라는 견해를 깨버렸고, 떠났으며, 멸해 버렸고, 없앴기에 그 어떤 사견도 생겨나지 않아 해탈을 얻었다”고 설한다.

사실 이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옳은 일도, 그른 일도 없으며, 의미 있는 일도 의미 없는 일도 없다. 그저 인연 따라 모든 것이 왔다가 갈 뿐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자기답게 살아가면 될 뿐, 남들과 비교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기웃거릴 아무런 이유도 없다. ‘특정한 견해’에 따라 살려하면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가 불만족하게 느껴지겠지만, 그저 있는 이대로, 나답게 살면 괴로울 것이 없다. 그 어떤 삶도 좋고 나쁘거나, 옳고 그르거나, 아름답고 추하다고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답게 사는 것이 곧 진리’라고 정해놓고 그렇게 사는데 집착한다면 그 또한 정견이 아니다. 그 또한 하나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정견으로 바라보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이것과 저것을 분별하거나 비교할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온전하다. 아니, 있는 그대로 그저 그럴 뿐이다. 여기에 어떤 말과 수식, 덧칠이 필요치 않다. 이렇게 하늘은 푸르고, 숲은 우거지고, 바람은 불어올 뿐. 이것이 곧 있는 그대로다. 이것이 곧 정견이다. 그렇기에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참된 자비와 중도적 지혜가 드러나게 된다.

이처럼 정견은 어떤 특정한 견해, 종교, 사상만을 ‘바르다’고 규정짓는 치우친 견해가 아니다. 그렇기에 종교전쟁 같은 것은 발 디딜 수 없고, 나아가 그 어떤 견해를 가진 사람도, 그 어떤 종교나 사상이나 나라나 피부색이 나와 다를지라도 그 모두를 자비롭게 수용하는 동체대비의 자비의 실천이 뒤따르는 것이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