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파시즘”, “중국 덕에 수상”…76차례 한강 헐뜯은 선방위원
5·18 등 왜곡 발언하며 수상 비난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현직 위원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폄훼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왜곡하는 글을 수십 차례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한정석 선방위원은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뒤부터 이를 폄훼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속적으로 올렸다. “노벨 평화상, 노벨 문학상 모두 파시즘이다. 문학도들이 여기에 열광한다는 건 한마디로 유치찬란한 행태다”, “노벨번역상이었어야 한다” 등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내용들이 대표적이다.
한정석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한강 작가 및 5·18 관련 발언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제공
한 위원은 한국방송(KBS) 피디 출신으로 보수 성향 매체 ‘미래한국’ 편집위원을 지낸 우파 논객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 8월 보수 성향 언론단체 ‘공정언론시민연대’의 추천을 받아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방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선방위는 선거 기간 방송 보도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한시적으로 구성·운영하는 내용 심의 기구다. 이번 선방위는 8월17일부터 11월15일까지 90일간 운영된다.
한 위원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중국의 외교 전략(샤프파워)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펼쳤다. 그는 “(중국이 중국 여성 작가) 찬쉐의 수상을 막으면서, 남한 사회의 갈등과 분열 유도 무기로 (노벨 문학상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스웨덴은 2010년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 평화상 이후 중국과 상당히 어려운 관계에 빠져있다. 일련의 흐름으로 보아 스웨덴 한림원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했다. 또 “한강에게 윤석열-김건희 탄핵 마이크 쥐어주는 것에 더불어민주당과 개딸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팬덤)이 사활을 걸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도 했다.
한 위원의 이런 발언들은 일부 보수 세력이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 제주 4·3을 배경으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노벨 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축소·폄훼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 위원 역시 “5·18은 민주화 투쟁이 아니라, 전두환 신군부의 통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파르티잔 전쟁이었다”, “5·18이 진압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것이다” 등 5·18을 왜곡하는 글을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잘 들으라”며 “노벨위원회는 한강의 노벨 수상작(소년이 온다)이 ‘광주에서 학생과 비무장 시민 수백명을 한국 군부가 학살한 역사에 바탕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게 진실이냐”고 되물었다.
한 위원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6년 페이스북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부정적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김아무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의 죽음을 두고 “담당 국장도 지나치게 예민하고 감성적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달 29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보수 후보로 나선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지지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삭제하기도 했다.
이해민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과방위 방심위 국정감사에서 “한 위원이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이후 폄하·비하하는 에스엔에스 글 76건을 올렸다. 내용이 역겹다”고 비판했다. 이어 류희림 방심위원장에게 “이런 사람이 선거방송 심의를 할 수 있는 정신 상태라고 생각하느냐”며 “한 위원을 임명한 것에 책임을 느끼고 함께 사퇴해 수사에 임하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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