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실입니다

장백산-1 2015. 4. 22. 14:47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실입니다

구자환 기자

안녕하세요. 민중의소리 구자환 기자입니다. 이번 기자편지는 부탁과 광고성이 들어있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쓰는 이유가 독자들의 후원을 부탁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2004년부터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학살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습니다. 지난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해 우수작품상을 받은 이후 이제야 최종편집을 끝내고 극장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이승만 정권이 대구 10월 항쟁과 제주4.3항쟁 등이 일어나면서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좌익세력을 전향시키고 관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계몽단체입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이승만 정권은 이들이 인민군에 동조할 수 있다는 자의적 판단만으로 산과 바다에서 무참히 학살했던 우리 현대사의 감춰진 비극적 사건 중 하나입니다. 그 피해자만 23만~43만 명으로 지금까지도 정확히 조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 불편한 진실은 이렇게 부모형제를 잃은 유족들은 되레 빨갱이로 몰릴까 우려해서 자식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숨죽여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1960년 4월 19혁명 직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유해를 발굴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당시 전국유족회 회장과 간부들을 용공분자로 몰아 사형을 언도하고, 유족들이 발굴한 유해와 수집한 자료들을 불태워버립니다. 그 이후 이 사건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로도 빨갱이로 치부되면서 이 사건은 역사 속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비참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과거 민간인학살의 한축이었던 서북청년단이 재건위라는 명칭을 달고 현 시대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빨갱이’ 낙인으로 자행한 민간인학살의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민간인학살 사건은 그 수단과 방법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과 종북좌파 낙인찍기 등이 그렇습니다. ‘빨갱이’라는 낙인이 65여 년 전에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결과로 나타났다면, 현재는 ‘종북’이라는 이름으로 배제와 추방을 하고 사회적 생명을 박탈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2004년 제작비조차 없이 촬영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굴곡을 겪으며 10년이 지나 이제 겨우 영화를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참했던 역사적 사건을 시민대중에게 알려야 하는데 제게는 영화를 개봉할 비용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국가가 덮어 버린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 놓고 재정적인 이유로 다시 사건을 덮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여 년 동안 영화제 등을 통해 홍보과정을 거치면서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조차 이 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공교육에서조차 이 비극적 사건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극장 개봉하기 위해서는 약 3천만 원 가량이 소요됩니다. 우리가 멀티플렉스에서 보는 상업영화의 개봉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이 15억 원에서 2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지만, 이 금액으로도 개봉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최소의 비용도 빈손으로 영화를 만든 제게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래서 뜻있는 시민들의 도움을 통해서라도 사건의 실제적 진실을 알려내겠다고 한 유족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보도연맹 피해자들의 유해는 나무뿌리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들의 유해가 자연으로 완전히 돌아가도록 내버려둔다면 우리 역시 후손에게 청산되지 못한 역사를 물려주는 것이 됩니다. 과거는 곧 오늘이자 미래입니다.

영화 <레드 툼>이 이념적 문제로 묻힌 현대사의 질곡을 드러내고, 존중받아야할 생명과 인권이라는 가치를 상실된 역사 속에서 되찾는 데 도움 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독자여러분들의 후원을 호소합니다.

현재까지 모금된 금액은 470만 원입니다. 4월까지 모금을 하고 국민보도연맹원들이 집단 학살된 시점인 오는 7월 중순께 영화를 개봉하려고 합니다. 더 궁금한 사항은 메일과 전화를 주시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민중의 소리도 힘든 시기를 재정문제를 이겨내기 위해 후원 회원분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 메 일 : documob@hanmail.net
■ 전 화 : 010-7131-0618
■ 후원계좌 : 농협 302-0896-4040-41 예금주: 구자환(레드무비)

구자환 기자(hanhit@vop.co.kr) 드림



영화평- 조세영 감독

청산하지 못한 역사 앞에서 우리는 빚진 자로 그 시간 앞에 멈추어 있어야 한다. 그것을 모르는 자들을 공범으로 만든 역사의 그늘 아래, 피해자들은 제 몸의 뼈를 삭히며 반세기를 지냈고 소리 없는 아우성은 발화되지 못했다.보도연맹,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학살사건. 다큐멘터리 <레드툼>은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된 기록 영화이다. 인터뷰이는 죽은 자들의 아내, 자식, 형제 그리고 이웃들이다.밀양, 창녕, 마산, 창원, 진주, 거제, 통영을 경유하며 은폐된 무덤이 골골이 드러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역사가 생생한 기억과 함께 육성으로 재현된다. 그들의 인터뷰는 각자 다르지만, 같은 곳을 향한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쌓일 때마다, 산천에 포개져 있는 죽은 자들의 뼈들이 몇 배로 늘어나는 듯하다.카메라는 그렇게 구술의 역사가 되어, 오늘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그들을 학살한 이들은 누구인가? 왜 이들의 원통한 죽음에 사회는 여전히 침묵하는가? 죽은 자는 있으나, 죽인 자는 없는 세상, 그 뼈 무덤은 여전히 빨갱이 무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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