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 불교가 중국을 바꿀까
엄주엽 기자 입력 2017.07.31. 14:20
근래 중국을 다녀온 국내 종교인이나 학자들은 곳곳의 대형 불사(佛事)에 놀랐다고 한목소리로 전한다. 문화대혁명 때 파괴된 사찰의 복구뿐 아니라 새로운 불사에 엄청난 돈이 흘러들고 있으며, 이전의 ‘소림사’처럼 관광상품화 차원의 ‘사찰 개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도 대만 불교를 대표하는 ‘불광산사(佛光山寺)’의 대륙 진출을 상세히 소개했다. 불광산사는 몇 년 사이 중국대륙에서 수백만 명의 신도를 모았고,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4개 도시에 불교문화센터를 지었다. 대만 불광산사를 이끄는 성운대사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네 차례나 만났는데, 이는 중국 당국이 불광산사의 중국내 포교활동을 밀어준다는 걸 말해준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확산을 극히 경계하는 것과 대조된다. 뉴욕타임스도 기사 제목을 ‘불광산사가 중국을 변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중국이 불광산사를 변화시킬 것인가?’라고 뽑았다.
현대인들이 과학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듯 ‘탈종교 시대’를 말하지만, 인간은 종교를 떠나 살 수 없고, 종교의 사회적 역할도 필요하다. 중국인들은 경제성장으로 잘살 수 있다는 희망에 찼지만, 경쟁에 뒤처진다는 불안과 특유의 ‘방관자 심리’로 상징되는 도덕성 붕괴에 대해 염증이 깊다. 종교는 이럴 때 약이 될 수 있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가 발행하는 ‘인민논단’이 2014년 설문조사를 한 ‘중국의 10대(大) 사회심리적 병증’의 첫 번째가 ‘신앙이 없어 도덕성이 약해졌다’였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기독교는 서구적 가치를 퍼트리고 이슬람은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때문에 부담스럽다. 중국이 문화혁명기에 파괴된 유교문화를 복구했던 의도대로, 불교를 중국의 전통문화로 재건 · 흡수하면서 인민의 정신 건강과 도덕성 함양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려는 것이다. 성운대사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불교’를 장려하기보다, 인간성을 정화하기 위해 ‘중국 문화’를 장려한다”고 한 언급에 그 의도가 모두 들어 있다.
그렇다 해도 중국에서 불교의 급속한 확산을 중국정부 당국의 지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중국과 대만 불교를 연구한 전영숙 박사에 따르면, 외관만 화려하고 내실이 없어 보이는 사찰만 보고 중국 불교의 ‘내공’을 평가해선 안 된다. 나라의 운명이 오락가락하던 청말민국초(淸末民國初)에 중국에선 재가자들의 ‘거사(居士) 불교 운동’이 크게 일었다.
이같은 재가자들의 거사 운동은 출가자를 각성시켜 ‘승속(僧俗) 평등’의 전통을 세우는 등 불교 자체를 바꾸었고, 사찰이 파괴되는 가운데도 이어져 왔다. 오늘날에도 중국의 재가자 조직 즉 거사림(居士林)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며, 교육 수준과 문화적 소양이 높아 도심에 불교 공부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 불교의 급속한 확산은 중국 당국의 불교 지원과 맞물리면서 이들 재가자가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풀뿌리’ 신자가 참여하는 종교는 건강하고 영향력도 크다. 신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일부 한국 종교의 행태에 미루어 부러운 측면도 있다. 종교의 변화는 사회와 사람을 변화시키고,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기사의 제목처럼 불교가 중국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ejy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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