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상납' 밝혀내 '하명' 꼬리표 뗀 검찰..내일 남재준 소환
입력 2017.11.07. 10:26
②이재만 · 안봉근 '국정농단' 가담 확인
③박근혜 정부 조직적인 선거 개입 확인
[한겨레]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뒷돈 상납’ 사실을 새롭게 밝혀내며 수사 동력을 확보한 검찰이 오는 2017년 11월 8일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이병기 · 이병호 전 원장 등 전직 국정원장들의 ‘줄소환’도 예고했다. 검찰 안팎에선 그동안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의뢰 사건을 뛰어넘는, 검찰의 자체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이번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게이트’가 기존 ‘화이트 리스트’(보수단체 관제데모 집중 지원) 작성·실행 의혹을 밝히는 과정에서 수사팀 자체적으로 인지한 사건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존에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 의뢰 사건과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동안 일부 정치권 · 언론 등에서 “청와대 하명수사 아니냐”는 ‘꼬리표’를 붙였었는데, 이번 수사로 그간 진행해 온 적폐청산 수사의 명분과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도 “우리 검찰수사는 기존 국정원 수사팀 수사와 관련이 없다. 원래 검찰 특수부가 하던 것처럼 돈을 추적하는 수사를 하다가 인지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속속 베일을 벗고 있는 ‘박근혜 청와대’와 국정원의 검은 커넥션이 ‘뒷돈’으로 연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진행됐던 국정농단 수사나 적폐청산 수사의 정당성이 더 탄탄해진 측면도 있다. “단돈 1원의 사익도 추구하지 않았다”는 박 전 대통령의 결백 주장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재판에도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의 수령과 보관을 지시했다는 이재만의 진술이 나오면서, 박 전 대통령의 범행 가담 구조도 국정농단 때 드러났던 것보다 더욱 단순 · 명료해졌다.
무수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특별검사팀의 수사망을 피했던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의 역할이 확인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십억원 뇌물 범죄도 맹목적으로 따를 만큼 측근과 비선에 의한 국정운영이 일상화됐다는 점도 재확인된 셈이다.
지난 국정농단 수사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던 ‘친박 정치권’이 본격적인 수사 대상에 오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돈을 동원해 ‘진박 감별’ 여론조사를 하는 등 2016년 지난해 4.13 총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당시 여당에 대한 지지를 기대한다는 발언만으로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국회가 탄핵안까지 통과시켰는데 이 경우는 경선에 개입하는 차원의 여론조사였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이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 소환 계획’을 묻는 말에 “아직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의 종착지 확인을 위해 이날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영선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은밀한 씀씀이’를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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