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재만 “박근혜 지시로 국정원 돈 받았다” 자백 왜?

장백산-1 2017. 11. 2. 16:02



이재만 “박근혜 지시로 국정원 돈 받았다” 자백 왜?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별도로 관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왼쪽 부터)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왼쪽 부터)

이재만 전 비서관의 자백은 공범들이 서로에게 죄를 떠미는 ‘죄수의 딜레마’와 비교적형량이 큰 ‘뇌물죄’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피고로 법정에 설 경우,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 운영 차원에서 자금을 집행한 것이라 위법한 것으로 인식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 자금이 박 전 대통령의 통제를 받는 일종의 ‘통치자금’ 성격을 지닌 자금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정식 예산이 아닌 비자금을 받기는 했지만 뇌물죄 주요 속성인 대가 관계나 직무 관련성을 부인해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뇌물 혐의를 빠져나가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안봉근 전 비서관 경우는 이 부분과 관련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이 전 비서관의 자맥을 바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자금 여부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만 전 비서관이 직접 ‘대통령 지시’를 언급한 만큼 실제로 지시가 있었는지, 대통령 차원의 비자금이 존재했는지 등을 들여 다 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3인방’의 일원인 정호성 전 비서관 역시 국정원 상납자금 40여억 원 중 일부를 나눠 가진 사실을 확인해 경위와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혐의로 이 전 비서관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7월 무렵까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국정원 고위 간부들로부터 매월 1억 원가량씩, 총 40억원가량의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007가방에 5만원권으로 수수한 혐의 등을 받았다.

이재만 전 비서관은 또 청와대가 4·13 총선 당시 비공식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국정원을 통해 현금으로 대납케 한 혐의도 적용됐다.

안봉근 전 비서관의 경우 이와 별도로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개인적으로 별도의 ‘용돈’ 1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달 31일 두 비서관을 체포해 이틀에 걸쳐 조사를 벌인 후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발부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