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朴정부, 전경련 돈으로 보수단체 한 건물에 모으려 했다
손현성 입력 2017.11.09. 04:42
‘허브 플랜’ 실행 정황 드러나
‘정부 지원군 응집력 높여달라’
靑 주문하자 전경련 자금 지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건물 임차
실제 보수단체 10곳이 입주해 활동
박근혜 전 정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자금으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 수십 곳을 한 건물에 모으는 ‘건전단체 허브 플랜’을 실행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보수단체 지원)’ 사건을 수사하면서 보수허브 실행 과정 내막을 관련자 진술과 물증으로 상세히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11월 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박근혜 전 청와대는 2015년 말 정부 지원군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해 보수단체들을 한데 모으는 ‘허브화’ 추진에 나섰다. 2015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이던 정관주(54)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박찬호 전경련 전무에게 청와대 뜻을 전했다. 정관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재정상태가 열악한 보수단체들도 대규모 단체와 함께 허브로 모아 활동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박찬호 전 전경련 전무는 이용우 전경련 상무에게 청와대 뜻을 지시하며 이행에 착수했다. 전경련은 지원 대상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먼저 보수단체 대거 입주용 건물 사무실을 일괄 임차하도록 하고, 다른 보수단체에 각 사무실 공간을 다시 나눠주게 하는 방식이었다. 전경련은 뒤에서 관련 비용을 대기로 했다.
박찬호 전 전경련 전무와 접촉한 바른사회시민회의 신종익 사무처장은 사무실을 물색했고, 2016년 1월 서울 중구 D건물 5층짜리 별관을 보수허브로 정했다. 2, 3, 5층을 보증금 5억원, 월세 1,600여만원에 임차했다. 전경련은 이전까지 인근 건물에서 보증금 6,500만원에 월세 400만원대 사무실을 쓰던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다른 보수단체용 임차료와 관리비 증가분으로 1억원을 추가 반영해 2016년도 지원액을 9억5,000만원(2015년 8억5,000만원)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그러면서 보수단체 20여곳 명단을 바른사회시민회의에 주며 “각 단체에 연락해 입주 의사를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실제 10곳이 1년에 걸쳐 허브로 몰려들었다. 청년이여는미래, 바이트, 청년리더양성센터, 북한인권학생연대, 청소년통일문화, 교학연, NK워치,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통일아카데미, 홀인원코리아 등이다. 이중 5곳은 전경련 관련 화이트리스트 대목으로 구속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사무국장을 지낸 곳이자 뉴라이트 단체인 시대정신 계열이다.
검찰은 올 2017년 9월 화이트리스트 사건 관련해 시대정신 계열 보수단체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특정 단체들이 한 건물에 동반 입주한 사정 등을 수상히 여겨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허브 실행은 지난해 2016년 10월 국정농단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멈췄다. 전경련은 바른사회시민회의에 약속 지원금 중 7억원만 줬다. 이런 보수허브 실행 대목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밝혀낸 ‘전경련을 동원한 보수단체 69억원 지원’과 별개로 검찰이 찾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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