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박근혜에게 충성한' 국정원장들, 전원 사법처리 위기에

장백산-1 2017. 11. 14. 23:19

'박근혜에게 충성한' 국정원장들, 전원 사법처리 위기에

구교형·유희곤 기자 입력 2017.11.14. 22:15



ㆍ검찰 ‘특활비 상납’ 이병기 체포, 남재준 · 이병호 영장청구
ㆍ3명 모두 “청와대 요구 거부 못해”…박근혜 조사 불가피

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뇌물공여 및 국고손실)를 받고 있는 남재준(73)·이병호(77) 등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기 전 원장(70·사진)까지 체포되면서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전원이 사법처리 위기에 처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에게 특수활동비 상납을 지시한 박근혜 전 대통령(65)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뇌물공여·국고손실 혐의로 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두 사람에게는 국정원법 위반이 추가됐다. 남재준 전 원장에게는 2013년 현대제철을 압박해 대한민국재향경우회에 25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가,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2016년 청와대의 4·13 총선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대납한 혐의(정치관여 금지)가 각각 적용됐다. 이병호 전 원장이 재임 중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총 1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부분은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3시쯤 심야조사를 받고 있던 이병기 전 원장도 체포했다. 이병기 전 원장은 특수활동비 상납 외에 ‘블랙·화이트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긴급체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장 48시간 동안 이 전 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조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5일 이 전 원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명은 총 40여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게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매달 800만원을 현기환(58)·조윤선(51)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그 밑에서 일하던 정무비서관들에게 상납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청와대 측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병기 전 원장 재임 중 전임자 때 매달 5000만원씩 전달되던 청와대 상납금 규모가 1억원으로 늘어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이 국정원장을 마친 뒤 청와대 ‘넘버 2’인 대통령비서실장에 올랐다는 점에서 상납 행위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외무고시 출신인 이병기 전 원장은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김영삼 정부 때 국정원 2차장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4년 7월~2015년 2월 국정원장을, 2015년 3월~2016년 5월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또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워지자 보수단체를 동원해 야당을 압박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국정원 도움을 받아 대기업에서 받은 자금 20억원을 불법 정치활동에 사용한 혐의로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75)을 지난 13일 구속했다. 구 전 회장은 2015년 10월 보수단체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을 출범시킨 뒤 경제활성화법과 테러방지법 등의 통과를 촉구하는 관제데모를 여는 한편 보수일간지에 친정부 성향 광고를 게재하거나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구교형·유희곤 기자 wassup0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