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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찬 "뭐가 나왔다, 걱정은 마라" 국정원 댓글수사 축소 시도한 정황

장백산-1 2017. 12. 1. 09:19

[단독]

김병찬 "뭐가 나왔다, 걱정은 마라" 국정원 댓글수사 

축소 시도한 정황

박광연 기자 입력 2017.12.01. 06:00


[경향신문] 

ㆍ“현 용산경찰서장 수사정보 유출”
ㆍ국정원 연락관, 검찰서 법정 증언 번복

2012년 12월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개입 수사를 맡고 있던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49·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사진)이 ‘상황이 심각하다’며 국정원 연락관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고 ‘분석범위를 줄여주겠다’며 수사 축소를 시도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국정원 연락관 안모씨는 최근 검찰에 출석해 기존 법정 증언을 번복하며 당시 김병찬 서울지방경찰청수사2계장(현 서울용산경찰서장)과 통화한 내용을 상세히 진술했다. 김병찬 서장은 지난 2017년 11월 28일 검찰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과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11월 30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국정원 연락관 안씨를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2012년 12월 당시 서울경찰청을 담당하던 국정원 연락관 안씨는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과 통화하며 국정원 댓글 수사상황을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2012년 12월14일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복구 · 분석해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공작에 활용된 아이디와 닉네임이 적힌 메모장 텍스트파일을 발견했다. 국정원 연락관 안씨는 검찰에서 “다음날 2012년 12월 15일 김병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 서울용산경찰서장이 저와 20여분간 통화하며 ‘큰일났다. 상황이 심각하다. 뭐가 나왔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국정원 연락관 안씨는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이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다 알아서 (조사) 분석범위를 줄여주겠다’라고 했다”는 취지로도 검찰에 말했다.

국정원 서울경찰청 연락관인 안씨는 2013년 11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김병찬 용산경찰서장과 통화하며 메모장 텍스트파일이 발견됐다는 등의 수사상황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수사상황을 알아보려 노력했는데 알려주지 않아 서운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국정원 연락관 안씨는 4년이 지난 최근 2017년 11월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했고, 검찰은 이같은 진술를 바탕으로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선상에 올린 것이다.

국정원 연락관 안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은 2012년 12월 14일 15일 당시 통화에서 “(조사) 분석범위를 줄여주겠다”며 사실상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축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판에 출석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한 발언과도 일치한다. 권은희 의원은 “김병찬 서장이 2012년 12월14일 전화해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입회 아래 김하영씨가 동의한 전자정보만 열람·분석하자’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권은희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허위증언한 혐의(모해위증)로 2015년 기소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017년 11월 1일 권은희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과의 통화 내용에 대한 증언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병찬 용산경찰서장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지정하는 범위에서만 임의제출물을 수색 · 열람해야 한다고 권은희 의원에게 말한 적이 없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김병찬 서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져 믿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김병찬 서장이 2012년 12월14일 회의에서 게시글 등의 분석범위를 제한하자는 입장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김병찬 서장은 권은희 의원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고있다.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은 지난 2017년 11월 28일 검찰 조사에서 “5년 전 2012년 12월 14일 상황을 기억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찬 서장은 28일 조사 과정에서 검찰 측과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사건에 대해 신문하자 김병찬 서장이 “다 확인된 사실인데 왜 물어보느냐”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찬 서장은 검찰에 출두하기 앞서 경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자신의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경찰 내부통신망 게시판에 “당시 국정원 연락관 안씨에게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의  아이디, 닉네임 등이 기재된 메모장 파일의 발견 사실 등 수사 상황을 알려준 적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