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립의 피안(彼岸)>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주만물, 이 세상 온갖 것이 오고 감 가고 옴이 없으니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여실(如實)한 겁니다.
사람들은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을 오랜만에 보면서 "몰라보게 컸구나"하는 말을 곧잘 하곤 합니
다. 하지만 이미 밝힌 바와 같이 " 이 세상 그 어느 존재(것, 현상)도 자체의 성품이 없다(無有自性) "는
말을 깊이 이해한다면 오히려 몰라보게 커버린 그 아이를 알아본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로 이상한 현상
이 아닐 수 없는 겁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자체의 성품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우주만물이 무유자성(無有自性)이기에 사람의
몸도 단 한순간도 쉼없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몸을 이루는 60조 내지 100조개의 세포에서 계속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고 동시에 늙은 세포는 소멸해 몸 밖으로 배설되면서 말이지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말은, 한순간 전의 <나>와 한순간 후의 <나>는 전혀 다른 존
재라는 말입니다. 한 독립적인 실체가 있어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계속해서 성장한 듯이 보이지만, 그런
지속적인 진화 현상은, 사람의 착각(錯覺) 때문에 성장한 듯 할 뿐이지 그런 성장 현상은 원래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형상(모습, 모양, 형체, 현상)은 매 순간 전혀 새로운 존재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오랜동안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매 순간순간 다른 아이를 역시 매 순간순간 다른 <나>가 알아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왜 몰라보게 큰 아이를 알아보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것은 불완전한 경험에 의해
축적된 인간의 기억(記憶) 때문입니다. 매 순간 전혀 새로운 대상을 접하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늘
낡은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는 데이타 중에서 전혀 새로운 대상과 비슷한 모습을 떠올리며 전혀 새로운
대상과 낡은 기억 속의 데이타를 동일시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런 허망한 착각 거기에는 새로운 만남이나 창조적인 만남은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외부로부터
의 자극이나 "도전"은 항상 새로운 것인데 전혀 새로운 자극이나 도전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언제나 낡은
정보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다시 말해, 한순간 전의 <옛것>으로부터 한순간 후의 <새것>으로 옮겨온
실질적인 '에너지' 이동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그 어느 것 하나 매 순간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공자(孔子)도 그의 제자 안회(顔回)에게 다음과 같이 경책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겁니다.
"안회야! 모든 것을 새로운 것으로 보라. 잠깐동안도 옛 것이 아니리라" 이처럼 <새것>과 <옛것>, 즉 앞
과 뒤의 것이 서로 도달하지 못하므로 단 한 물건도 옮겨갈 수가 없는 것이며, <지나간 때>는 지나간 때
에 머물고, <옛날의 형상>은 옛날에 머무니 이것이 바로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불천(不遷)의 이치>,
즉 이 세상 어떤 것도 서로 서로 옮겨갈 수가 없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달 전의 아이가 오늘로 옮겨왔다"는 허망한 착각을 너무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
고 있으니, 인간 의식의 왜곡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깨달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승조(僧肇) 선사의
다음 말씀은 사람들이 그러한 인간의 왜곡된 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충격의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회오리 바람이 큰 산을 쓰러뜨리는데도 항상 고요하고, 강물이 앞다투어 쏟아지는데도 흐르지 않으며,
아지랑이가 떠다니며 치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해와 달이 하늘을 돌아다니는데도 돌지 않는다.
- 승조선사의 조론(肇論)에서 -
산에 도착한 회오리 바람은 처음 불기 시작한 그 회오리 바람이 아니요, 매 순간 전혀 새로운 회오리 바람
이며, 회오리 바람에 쓰러진 큰 산도 처음의 큰 산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산인 것이지요. 그러니 한바탕 큰
회오리 바람이 불어 큰산이 쓰러졌다는 현상(現象)은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매 순간 전혀 새로운 바람과
매 순간 전혀 새로운 산만이 있는 것이니 고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순차적으로 발전하고 전개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사람들의 분별적(分別的) 개념(槪念)이 지어내는 환상(幻想)으로, 이러한 착각인 환상은 하나의 거대
유기체(有機體)인 전체 우주를 토막토막 나누어 단편화된 부분밖에 볼 수 없게끔 제약하는 인간의 특별한
의식의 구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모든 <물질적 존재>가 각기 고유의 독립적 성질을 가진 실재(實在)가 아니라면, 즉
그런 '물질'이 실제로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사람들의 눈 앞에서 전개되는 모든 시간 공간적인
변화는 온통 왜곡된 인식작용이 빚어내는 환영(幻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갔으니 "가는 것"은 없고, 아직 가지 않았으니 역시 "가는 것"은 없구나. 이미 "갔음"과 "아직 가지 않
았음"을 여의면 가는 데 또한 "가는 것"이 없으리라.] - 청목(靑目) 핑갈라(Pigala) 논사 -
-현정선원 대우거사님-
- 가산님 제공-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글쓴이 : 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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