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프로슈머의 시대 온다
최은영 입력 2019.04.24. 05:0
프로슈머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이다. 본인이 생산한 것을 본인이 소비하는 것이다. 경제개념으로 프로슈머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엄마가 가족을 위해 식사를 차리는 행위가 대표적인 프로슈밍이다. 엄마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밥을 차려주신다. 그 밥을 먹고 자란 자녀는 나중에 사회활동을 하며 국가경제에 기여하게 된다. 프로슈머는 보이지 않는 경제로서 전체 경제의 반을 차지한다. 토플러 부부는 미래사회가 프로슈머에 의해 유지될 거라는 예측을 한다. 이 예측은 지금도 어느 정도 적중하고 있다. 유튜버나 블로그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 들이고 자신의 취미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렸을 뿐이다.
최근 뉴스를 보니 엄마의 지나온 생애를 자식이 글로 써 책으로 내는 것을 가르치는 워크숍이 생겼다고 한다. 원래는 페미니즘적 기획이었다고 하나 미래 프로슈머 활동을 상징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몰랐던 부모의 생애를 자식이 글로 써보는 건 새로운 취미다. 엄마의 생애사란 돈을 벌기 위한 책이 아니라 엄마 세대를 자식 세대가 기억하고 그 의미를 성찰하겠다는 기특한 사고에서 출발한다. 그 기록은 사적인 작은 역사다. 역사를 돌아보고 기록한다는 것은 인간이 성찰적 존재로 다시 태어나 인격적으로 올바르게 성장하겠다는 숭고한 뜻을 담은 행위다.
미래세계가 단지 돈벌이로써의 4차 산업 혁명이 아니라 성찰의 의미로서 다가온다면 그건 축복이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에게 이러한 미래는 긍정적인 의미를 준다. 영화의 미래 역시 그에 적용해 보면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자식이 엄마의 자서전을 쓰듯 영화계도 프로슈머의 수요에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 그간 영화는 영화전문가가 만들어서 아마추어들이 소비했다. 미래는 영화전문가가 만든 영화를 관객이 소비하는 시대가 아니라 프로슈머인 나만의 영화를 만들고 혼자만 감상하는 그런 시대다. 내가 영화의 생산자이며 동시에 소비자란 뜻이다. 그러한 활동이 유행하고 돈벌이가 된다면 제작부터 배급, 상영의 모든 부문이 변화할 것이다.
이제 극장은 기존 온라인의 유튜브나 블로그처럼 많은 아마추어 프로슈머 창작자에게 시연공간을 내어주는 장소로 기능해야 할 것이다. 혼자만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작품은 대중에게 보여 지고 새로운 돈벌이가 될 수도 있다. 배급업자나 극장주의 선택에 의해 자기 영화가 부당하게 내리는 일도 없을 것이고, 좌석점유 독과점 현상도 없어질 것이다. 매체의 혁명은 2차 산업 시대의 고질적 나쁜 관행들을 일거에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언제 그런 폭압이 있었냐는 듯 눈 녹 듯 사라지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새로운 제도로 정착되어갈 것이다. 미래란 본디 그런 것이다. 도둑처럼 밀어닥쳐 모든 것을 송두리째 가져가 버린다.
그래서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어차피 올 세상인데 준비할 필요가 뭐 있냐는 태도로는 미래를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앞서 말했든 미래는 도둑이기 때문이다. 도둑질 당해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알 수 있듯이 도둑맞음으로서의 미래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내가 향유하던 모든 관습들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낯설고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세상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 들어서 젊어 오르던 산을 다시 오른다 생각해보라. 미래란 달콤하기만 한 시간은 아니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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