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건은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

한 물건은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

태어나는 것이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이며 

죽는 것이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가? 

태어나는 것은 하늘에 떠있는 구름 한 조각이 일어나는 것과 같고 

죽는 것이란 하늘에 떠있는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고 

인간의 태어남도 죽음도 오고 감도 구름의 생사와 같다. 

유독 한 물건이 항상 홀로 드러나 있어서 

투명하고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을 따르지 않는다.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獨有一物常獨露  湛然不隨於生死 

독유일물상독로  담연불수어생사 

『석문의범 』

이 게송은 죽은 자의 49재를 지낼 때 죽은 영가에게 들려주는 천도재의 의식문이다. 

그래서 영가 법문을 할 때도 꼭 등장한다. 이 생을 하직하고 영가가 저 생으로 갈 때 

반드시 듣고 가야 하는 의식문이다. 산 사람들도 선망부모나 친지, 도반들을 마지막 

저 생으로 보내면서 꼭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다. 

인생이 이 세상으로 왔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마치 저 하늘에 떠있는 구름 한 조각이나 

다를 바 없다면 얼마나 서운하고 안타까운가. 그러나 이 세상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육신의 

한계는 비록 하늘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구름 한 조각과 같다고 하더라도, 태어남과 죽음의 

실상(진실)에 눈을 뜬 사람들은 태어남과 죽음 거기에 진실 생명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을 본다.

오고 감이 없는 태어남과 죽음이 없는 진실생명(眞實生命) 그것이 영가의 참 생명인 동시에

삼라만상만물의 참 생명이다. 이 사실에 눈을 뜬 사람들은 “홀로 한 물건이 있어서 생사거래를 

따라 없어지지 않고 영원을 오고 간다.”고 한다. 영가는 이 사실을 깨닫고 다음의 생을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하라는 것이다. 

사람이 잠을 잘 때 이 육신은 죽은 송장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유독 한 물건이 있어서 잠을 

자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그 한 물건은 잠재의식 속 깊은 곳에 있다가 가만히 일어나서 

온갖 활동과 온갖 작용, 온갖 발현을 다 한다. 깨어있을 때와 전혀 다르지 않게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 한 물건이 그렇게 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을 해도 이 육신은 꼼짝도 않고 송장처럼 누워 있다. 

그렇다면 이 육신이 불에 타서 한줌의 재로 돌아가더라도 재로 돌아가는 것과는 관계없이 살아서 

생생하게 활동하는 다른 생명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사실을 볼 때 틀림없이 잠들지 않고 

불에도 타지 않는, 육신과는 관계없는 참 생명, 진실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참 생명, 진실생명이 있기에 다시 인연을 따라 새 인생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 천도재 의식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