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의 여행
어느 개구리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소형 자동차에 기타, 음식, 모포를 싣고 길을 떠났습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고, 밤에 추우면 모포를 덮고, 여행길을 가다가 외로우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려고요..
그런데 길을 가다가 지쳐 길 가에 앉아 있는 여치를 보았습니다. 태워주고 싶긴 한데 자동차엔
빈 자리가 없었습니다. 개구리는 하는 수 없이 기타를 버리고 여치를 태웠습니다. 둘은 서로
말동무를 하며 여행길을 운전하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길가에 지쳐 앉아 있는 풍뎅이를 보았습니다. 태워주고 싶긴 한데 자동차엔 빈
자리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개구리는 음식을 버리고 풍뎅이를 태웠습니다. 셋은 서로 말
동무를 하며 여행길을 운전하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길가에 지쳐 앉아 있는 참새를 보았습니다. 태워주고 싶긴 한데 자동차엔 빈
자리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개구리는 모포를 버리고 참새를 태웠습니다. 넷은 서로 말
동무를 하며 여행길을 운전하면서 갔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어두워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개구리, 여치, 풍뎅이, 참새 넷은 가던 길을
멈추었습니다. 모두가 배가 고팠습니다. 그때 풍뎅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더니 먹을 걸 동글
동글 굴려 가지고 왔습니다. 넷은 저녁을 배불리 먹고 모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여치가
아름다운 노래를 연주하고 모두들 따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모두들
졸려 자고 싶을 때 참새가 두 날개로 친구들을 감싸주어 따스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밤 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아름답게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왜냐면 이 이야기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보시(布施, 베품, 나눔)을 너무나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누군가를 진정
도우려면 사람들이 갖고있는 소중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보시는 결코 잃는
것이 아니라, 내게 득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원효대사께서도, 누가 나에게 구걸하면 수분시여(隨分施與)하라고 하셨습니다. 내 힘 자라는
데까지 내가 갖고 있는 데까지 도와주라.. 빚을 내서 구걸하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않아도 되지만
무리는 하지 말고, 힘 자라는 데까지는 도와주라는 말씀입니다.
<일진스님/운문사 승가대학감>
貧人(빈인)이 來求乞(래구걸)하면 隨分施與(수분시여)하라.
同體大悲(동체대비)가 是眞布施(시진보시)니라.
곤궁한 사람이 구걸을 하거든 분수껏 나누어 주라.
동체대비(모든 것이 한 몸이라는 자비로운 마음)가 곧 참된 보시니라. <선가귀감 (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