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민 기후변화 인식 '낙제점'

1분마다 축구장 36개 산림 파괴 ‘불법벌채’… 온난화 · 전염병 부른다

장백산-1 2020. 9. 28. 18:39
1분마다 축구장 36개 산림 파괴 ‘불법벌채’… 온난화 · 전염병 부른다
 
김창희기자 chkim@munhwa.com



年 1000억달러 목재 사라져
지구 온도 비정상적 상승에
한국 등 동아시아 폭우 피해

야생동물 · 인류 생활경계 파괴
바이러스 이종간 전이에 영향
인수공통 전염병 주요 원인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상이변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산림파괴와 불법벌채의 위험성이 주목되고 있다.

18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국제기구와 해외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확산이 생태계 파괴 같은 환경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특히 불법벌채의 ‘나비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탄소 흡수원인 산림의 무분별한 벌채는 지구 평균온도의 비정상적인 상승으로 이어져 폭우, 홍수 등의 재난을 일상화시키고,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의 접촉을 증가시켜 인수공통전염병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라 블룸필드 교수 연구팀이 지난 6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림파괴로 야생동물과 인류의 생활경계가 흐려지고 직접적인 접촉이 증가한 것이 바이러스의 이종 간 전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역시 산림파괴와 같은 영구적 경관 변화와 이로 인한 홍수 등 일시적 경관 변화가 인수공통전염병의 주요 원인임을 밝히며, 산림이 우리 삶의 중요한 방어벽으로서 가치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산림이 인수공통전염병 발병을 막기 위한 중요한 보호장치라는 것이다. 최근 세계자연기금(WWF)은 토지 및 산림 전용, 야생동물의 소비 및 거래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주요 원인이며 보건, 경제, 세계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범지구적으로 불법벌채와 불법목재의 거래는 경제·사회·환경 등 복합적인 차원에서 악영향을 미친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2년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불법벌채 되는 목재의 가치는 연간 1000억 달러로, 전 세계 목재교역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lobal Financial Integrity) 보고서에서는 매년 2조 달러에 달하는 초국적 범죄자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불법벌채를 들고 있다. 특히 불법벌채는 산림파괴의 가장 큰 원흉이다. 1분마다 축구장 36개 규모의 산림이 파괴되고 있으며, 불법적으로 벌채되는 목재는 매년 1억㎥에 달한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비롯해 산림은 지구의 전체 면적의 9.4%에 불과하지만, 지구 전체 광합성량의 70%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으며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물 순환을 조절함으로써 지구의 기후상태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했듯 이로 인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산과 이상 재해 등으로 이어져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일대는 이례적인 폭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는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 장마로 수해와 산사태에 시달렸다. 기습적·순간적 집중폭우 피해로 전국 18개 지방자치단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경기 안성의 경우 한 시간에 102㎜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 남부에서는 두 달 동안 지속된 장마로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5400만 명에 달하는 수재민이 발생했다. 일본 규슈(九州) 일대 역시 7월 초 1000㎜가 넘는 폭우로 14개 현에서 하천 105개가 범람했고, 7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구마모토(熊本)현의 사망자 80%가 하천범람에 의한 익사자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상이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인류는 현재 100년 만에 평균온도를 1도 상승시켰다. 2만 년 전 빙하기에서 1만 년 전 간빙기까지 1만 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가 4도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여태까지 지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기온상승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