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정치는 허업(虛業)

장백산-1 2021. 1. 12. 13:59

정치는 허업(虛業)   - -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 문화콘텐츠학

 

 

정치는 허업(虛業)

 

어떤 분야든지 그 분야에서 30년 이상을 전념하다 보면 한마디를 하게 된다. 그 업종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있는 워딩이 그 한마디 말이다. 50년 넘게 정치를 한 삼김(三金)도 한마디씩을 남겼다. 정치에 대해서 YS는 정치는 '세(勢)'라고 하였다. 정치는 '세(勢)'만 유지하고 있으면 된다는 의미였다. 정치에 대해서 DJ는 '생물(生物)'이라고 규정하였다. 정치는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게 항상 변한다는 의미였다. 정치에 대해서 JP도 한마디를 남겼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하였다. 필자는 노장(노자, 장자)을 좋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사람 말 가운데서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라는 말이 가장 와 닿는다.

 

 

정치인은 거의 매일 밥 자리, 술자리가 이어져 있다. 여기에서 만나는 인간관계가 무슨 깊이가 있느냐 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점(點)만 찍으러 다니는 인간관계다. 온통 이해타산(利害打算)이다. 이득이 있으면 만나고 이득이 없으면 그 순간 끝내기다. 500년 전의 퇴계 선생은 이런 정치를 '이진성로인(利盡成路人)'이라고 표현하였다. '이익이 다하면 길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처럼 된다'는 의미 아닌가. 500년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에 안 그런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정치는 표를 동냥하러 다니는 구걸직(職)의 속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황금 의자에 앉아 있는 직종이다. 표를 구걸하는 것과 권력의 황금 의자에 앉아 았는 것에는 갭이 너무 크다. 갭이 클수록 권력의 자리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온도 차가 크다. 갭과 온도 차가 클수록 허무감도 비례하지 않겠는가.

 

허업(虛業)은 또 하나의 다른 의미가 있다. 노자 · 장자에서 말하는 수준(水準)이 높은 허(虛)를 가리킨다. 금배지를 달거나 정권 실세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이걸 실업(實業)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자기 앞에 큰 감 놓거나 , 자기 실속 차리는 자리로 생각하는 게 실업(實業)의 개념이다. 정권의 실세 자리를 갑질이나 하는 자리로 여기지 말라는 의미이다. 자기를 비우고 공심(公心)으로 임해야 되는 자리라는 의미에서 정치는 실업(實業)이 아니라 허업(虛業)이다.

 

 

하기야 휴대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무슨 정권 실세 자리에 있다고 해서 돈을 먹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요즘 기관장들이 받는 혜택은 의전(儀典)이 대부분이다. 오늘도 나는 TV에서 허업(虛業)을 시청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 [출처] 정치는 허업(虛業) | 작성자 여시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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