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독도는 한국땅' 인정한 셈, 일본도 반박불가"
김경년 입력 2021.06.21. 07:36
[인터뷰] 독도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 "관장이 먼저 독도 가리켰다면 큰 의미"
[김경년, 유창재 기자]
▲ 스페인 상원 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여준 '조선왕국전도'. 울릉도와 독도(옛 지명 우산도)가 조선의 영토로 표기돼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11일부터 영국에서 열린 G7회의에 참석하고 오스트리아에 이어 스페인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 중 단연 화제가 된 것은 한 장의 고지도였다. 16일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상원도서관에서 이 도서관의 안헬 곤잘레스 관장은 '조선왕국전도'라는 지도를 문 대통령에게 보여주며 "1730년대 대한민국 한반도의 지도인데, 한국인에게 가장 와닿는 기록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설명을 듣고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사료"라며 사의를 표했고, 많은 언론도 속보로 보도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에게 이 지도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기대와는 달리 "이 지도는 새롭게 발견된 것은 아니고 이미 많은 독도 관련 연구자들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도 말했다.
"만약 그 도서관 관장이 먼저 독도를 가리키며 그렇게 설명했다면 큰 의미가 있는 것이죠. 스페인이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얘기가 되며, 일본 쪽에서도 반박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즉, 조선왕국전도를 단순히 보여준 것일 뿐인데 문 대통령이 독도를 발견했다면 대통령의 눈썰미를 칭찬해야겠지만, 스페인 측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인정하는 것이며 우호의 표시라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당시 곤잘레스 관장이 문 대통령에게 조선왕국전도를 보여주면서 '여기가 독도'라고 알려줘서 대통령께서 가까이 다가가 지도를 들여다봤다"면서 "대통령이 지도에 독도가 있는지 찾아보고 그럴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호사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미 알려진 지도이지만, 독도=한국영토 다시 확인"
▲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안헬 곤잘레스 상원 도서관장에게 '조선왕국전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 청와대 제공 |
- '조선왕국전도'는 어떤 지도인가.
"스페인의 상원 도서관이 문 대통령에게 보여준 이 지도는 사실 새로운 지도는 아니고 이미 많이 알려진 지도다. 한국 내에서도 고지도를 수집하는 사람들에 의해 알려졌고, 독도 연구자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스페인에 그 실물이 보관돼 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프랑스의 지리학자이자 지도 제작자 장 밥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이 제작한 지도"라며 "당빌은 당시 중국의 실측지도인 황여전람도를 바탕으로 중국 및 아시아 여러 나라에 관한 많은 지도와 자료들을 검토하여 1737년 <신중국지도첩>을 발간했다"고 돼 있다. 또 이 지도첩에는 중국을 비롯하여 주변 여러 지역을 나타낸 지도 42매가 별지로 첨부돼 있는데 그중 31번째 지도가 바로 '조선왕국전도'다. 이는 서양인이 만든 조선지도 중 현존하는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지도로 알려져있다고 나와있다. - 기자 주)
- 사본은 많은데 실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실물이 어디에 있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고지도가 하나만 아니라 여러 권 인쇄 및 제작됐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스페인에 있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에 알려졌다고 할 수 있다."
- 이번에 처음 발견된 지도는 아니라는 건데, 그럼 의미가 없는 건가.
"그렇지 않다.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가치가 있는 것은 국빈 방문한 한국의 대통령에게 스페인 상원도서관 관장이 이 지도를 특별히 보여준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새로운 증거는 아니지만, 독도가 당연히 한국의 영토라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된 거다. 특히 보통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스페인이라는 국가가 운영하는 의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도 알려졌으니까."
- 지도에는 울릉도보다 독도가 한반도에 더 가까이 있고, 두 섬이 육지와 너무 가깝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울릉도보다 독도가 한반도에 더 가까이 그려져 있는 지도가 1530년인가에 처음으로 나온다. 조선의 공식지도 '팔도총도'다. 그러나 당시는 울릉도와 독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록한 것일 뿐이고, 그 이후 한국 지도에서는 독도가 원래 위치로 간다. 위치가 좀 다른 것뿐이고 그런 오류는 당시 지도에는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이다. 동해에 두 개의 섬이 있다는 것은 울릉도와 독도가 한국영토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당시 지도는 실측지도가 아니기 때문에 거리가 정확하지 않았다. 상징적으로 도서를 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시는 물론 17, 18세기 일본 지도를 봐도 아직 정확한 실측지도라는 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지도와 비교하면 거리 감각이 거의 없다. 경위도선을 그으면서 거리감각이 많이 생기기 시작한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세계지도는 그랬다. 가까이 있으니까 독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왜 독도가 '챤찬타오'라고 적혀 있을까.
"독도의 옛 지명은 우산도(于山島)였는데, 이를 중국인들이 천산도(千山島)로 혼동하여 '챤찬타오(Tchian Chan Tao)'로 표기한 것이다. 우산도의 '우(于)'자를 '천(千)'이라고 본 거다. 거의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중국 지도를 보고 썼기 때문에 발음대로 쓴 것이다."
- 일본 자민당 외교부회의 '영토에 관한 특별위원회' 신도 요시타카라는 의원이 "지도에 표기된 섬은 독도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걸 독도라고 말하고 기뻐하는 것은 한국의 상투적인 수단이다"고 주장했다. 지도에 있는 섬은 독도가 아니라는 얘긴데.
"신도 요시타카는 일본쪽 독도 전문가다. 왜곡 전문가. 반대를 위한 반대다. 신도 의원은 2011년 8월 1일 울릉도의 독도박물관으로 가서 비판하겠다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가 거부당해 9시간 버티다가 일본으로 귀국한 세 사람 중 한 사람."
- 이런 지도가 스페인에서 발견된 경위는?
"아까 설명한 '팔도총도'는 조선의 공식지도였다. 중국쪽에서는 그 지도를 참고로 해서 자기들 지도를 만들었고, 그걸 보고 당빌이라는 프랑스 지리학자가 또 자신의 지도를 만든 것이다. 그걸 왜 스페인쪽에서 보관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 스페인이 문 대통령에게 이 지도를 보여준 이유는 뭘까.
"아마도 스페인 상원도서관에서 조선 지도가 대단히 중요한 지도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한국 대통령이 갔기 때문에 중요한 조선왕국전도가 이렇게 우리나라에 보관돼 있다고 예우차원에서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우호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 관장이 문 대통령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한국인에게 가장 와닿는 기록이 아닐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독도가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한 말일까.
"지도에 독도만 나와있는 것도 아니고, 관장이 거기까지 생각했는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만약 스페인 관장이 먼저 독도를 가리키며 그렇게 설명했다면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스페인이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얘기가 되며, 일본쪽에서도 반박을 할 수 없게 된다."
▲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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