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숲에서의 명상

장백산-1 2022. 7. 20. 15:15

숲에서의 명상


사찰 가까이에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산책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숲이지요.
소나무 숲을 거닐 때 진하게 풍겨오는 솔향기를 냄새맡아보셨는지요.
물소리가 들리고 숲들이 우거진 계곡이나 산길을 거닐 때는 때때로
잠깐씩 눈귀코혀몸뜻(육근)을 차례 차례 관(觀)해 보십시오.

잠깐 몇 발자국 걸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을 하고 온전히 보이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또 다음 몇 발자국 걷는 동안에는 귀에 들리는 것들에 집중을 다하면서
나라는 온 존재가 들리는 것을 듣는데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다음 걸음에는 코로 느껴지는 향기와 냄새들을 맡아보는 겁니다. 코끝에 예민하게 정신을 기울여
어떤 미세한 짠한 향기나 냄새가 맡아지는지 가만히 느껴보는 것입니다. 때로는 낙엽을 살짝 걷어내어
맨흙에 코를 가져가 보는 것에서도 새삼스런 고향의 향기, 어머님 품의 젓내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온 몸의 촉각에 마음을 기울일 차례입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땀 식는 소리도 들어보고
이 몸이 대지와 숲과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되는지 예민한 촉감을 연주하듯 대자연을 향해 열어둡니다.

그리고는 이제 끝으로 내 안의 관념이나 조각난 생각들, 안에서 피어오르는 그 어떤 작은 분별이나 상상들 또한
있는 그대로 지켜보도록 합시다. 어디에서 그런 생각들이 흘러나오는지 잠시 잠깐만 놓쳐 버려도 알 수 없는
끝간데 없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생각 생각들도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가만히 바라만 봅니다.

눈귀코혀몸뜻(육근)이 빛, 소리 냄새, 맛, 촉감, 생각이라는 육경들과 어떻게 마주쳐 어떤 것들을 만들어내는지
그것을 잘 바라보고 잘 깨달아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명상이고 선이며 수행인 것입니다.

대자연 속에 들어가 그냥 정신 없이 돌아 보고 다음에 할 일 때문에 정신 없이 나올 것이 아니라
가만히 육근을 지켜보면서 대자연 법신불과 육근 자성불의 현현을 친견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