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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스런 본성을 알려면 조작(造作)하지 말라.

장백산-1 2024. 8. 14. 23:08

신령스런 본성을 알려면 조작(造作)하지 말라. - - 달마 혈맥론


외도(外道)는 부처라는 말이 의미하는 참뜻을 알지 못하기에 애를 써서 공부하는 것을 최고로 삼으니, 그것은 성인의 뜻과는 어긋난다. 하루 종일 바쁘게 염불하고 경전을 뒤져도 신령스런 본성에 어두우면 윤회를 면치 못한다. 부처는 한가한 사람인데, 무엇 때문에 바삐 명성과 이익을 찾겠는가? 그래가지고 나중에 어디에다 쓰겠는가?

신령스런 본성을 보지 못한 사람은 경을 읽고 염불하고 늘 배우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하루 종일 도를 행하고, 앉아서 눕지 않고, 두루 배우고 많이 듣는 것을 불법으로 삼는다. 이러한 중생들은 모두가 불법을 비방하는 사람들이다.

조작(造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조작하면 생사윤회를 면치 못한다.

나는 이제 이 땅에 와서 오직 돈교(頓敎) 대승(大乘)의 즉심시불(卽心是佛)만을 전할 뿐, 지계(持戒), 보시(布施), 정진(精進), 고행(苦行)은 말하지 않는다.

 

 

✔ 부처라는 말의 참뜻을 알지 못하는 외도는 ‘인위적으로 애써 공부하는 것’을 최고로 삼는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들도 이 불교 공부에 힘써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지 않은가. 열심히 갈고 닦으며 수행하지 않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불교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놓고, 이 선어록(달마 혈맥론)에서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대목에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힘써 공부하는 것은 유위(有爲)의 공부일 뿐, 불법의 참 맛인 무위(無爲)는 아니다. 불법은 무위법이지 유위법이 아니다. 열심히 갈고 닦으면서 힘써 수행해야지만 깨달을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편견이다.

 

하루 종일 바쁘게 염불하고, 경전을 뒤져 독송하더라도 신령스런 본성을 알지 못하면 윤회를 면치 못한다. 부처는 한가한 존재 즉, 한도인(閑道人)이다. 바쁘게 뛰어다니고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이 부처가 아니다. 모든 것을 푹 쉬었는데, 바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할 일을 다 해 마쳤는데, 더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사실은 우리가 부처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우리들 또한 할 일을 다 해 마친 한도인(閑道人) 즉, 부처다. 바삐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구할 필요가 없다. 염불하고 공부하고 앉아서 좌선하고 두루 배우는 것을 공부로 삼지 말라.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불법을 비방하는 사람들이다.

 

모름지기 본성을 보는 것, 즉 견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기도하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견성공부, 마음공부, 선공부는 애써서 열심히 하는 공부가 아니고, 피나는 노력을 통해 갈고 닦는 공부도 아니다.

 

다만 그저 간절한 발심(發心)과 스승의 법 아래에 나를 완전히 내려놓고 힘을 쭉 뺀 채 오로지 법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법문을 듣는 것이다. 그것은 억지로 애를 써서 하는 공부가 아니다. 그저 안에서 우러나와서 저절로 되는 것이다. 저절로 되는 공부가 진짜 힘이 있지, 억지로 하는 공부에는 힘이 없다. 발심도 시절인연이 무르익으면 저절로 되는 것이지, 억지로 하는 발심이 아니다.

 

그래서 ‘조작(造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조작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거나, 억지로 갖추어야 할 필요가 없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그대로 두어도 언제나 완전한데, 왜 애써 조작함으로써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는가?

 

누구나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충분하다. 충분히 완전하고,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며, 충분히 괜찮다. 어떤 무언가를 갖추어야지만 더 나아지고, 어떤 것을 이뤄야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이렇게 살아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완전하고 충분하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그 어떤 것도 따로 하지 않아도, 지금 여기 있는 이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오직 돈교(頓敎)의 즉심시불(卽心是佛), 즉 곧장 이 마음이 바로 부처임을 전하실 뿐, 지계나 보시, 정진과 고행은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 모두에게 본래부터 있던 것을 드러내실 뿐, 없던 것을 애써서 보시나 지계, 정진과 고행을 통해 만들어 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