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복절 0시에 기미가요 방송한 KBS, 정말 우연인가
한국방송(KBS)이 15일 0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와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나오는 오페라 ‘나비 부인’을 방영해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적 행태로 광복절 행사가 두쪽 난 상태에서, 공영방송인 케이비에스가 광복절 날 첫 방송으로 왜색 가득한 오페라를 내보낸 것이 과연 우연인지 시민들이 묻고 있다.
케이비에스가 이날 문화예술 프로그램 ‘케이비에스 중계석’에서 방영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 (1904)은 미국이 일본을 강제 개항시킨 1900년대 일본 나가사키가 배경이어서 여자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모노 차림으로 등장하고 결혼식 장면에선 기미가요가 나온다. 방송 뒤 시청자게시판에는 “제정신으로 한 편성이 맞는가” “일본 방송 아니냐” 등 항의가 쏟아졌다.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 건가 싶습니다”라는 시청자 청원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1만4336명이 동의했 다.
케이비에스는 공식 입장을 통해 “지난 6월29일에 공연이 녹화됐고,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하게 됐다”며 사과했지만, 의구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케이비에스는 이날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방영하기도 했다. 이러려고 그토록 방송 장악에 혈안이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비 부인’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작품이므로 평소에 방영했다면 문제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에, 그것도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 친일 행태에 국민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때에 굳이 방영하니 고의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무시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협조에 이어,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찬성, 친일파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강행에 이르기까지 이 정부의 친일 기조는 확신에 찬 듯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서울 지하철역 3곳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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