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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지혜

장백산-1 2024. 11. 30. 15:24

비움의 지혜

 

보시행에 지혜가 없으면 한 생의 영화를 누릴 뿐이고,

계행(戒行)을 지키나 지혜가 없으면 잠시 천상에 태어날 뿐이며,

인욕행에 지혜가 없으면 육신이 단정한 과보를 누릴 따름이고,

힘써 노력하나 지혜가 없으면 생멸의 공덕을 일으킬 뿐이며,

참선에 지혜가 없으면 금강과도 같은 선정을 얻지 못하며,

선행에 지혜가 없으면 공연히 번뇌망상의 원인만 짓게 된다.

그러므로 지혜야 말로 어둠 속의 불빛과 같음을 알라.

 

[만선동귀집]

 

지혜야 말로 인간이 세상을 상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삶의  바탕이다. 그 어떤 행위도, 그 어떤 복도, 그 어떤 올바른 삶도, 그 어떤 좌선이나 선행도 지혜가 바탕 되지 않는다면 정작 큰 공덕을 얻지는 못한다. 지혜야말로 모든 괴로움을 없애는 어둠 속의 불빛이다. 지혜가 없다면 보시, 지계, 인욕, 선정, 정진의 덕목도 새지 않는 복이 될 수 없다. 육바라밀 중에서의 으뜸은 단연 지혜다.

 

지혜란 무엇인가. 이것 저것 많이 아는 것은 지식일 뿐 지혜는 아니다. 지식이란 채우는 앎이고 지혜란 비우는 앎이다. 머릿속에 많은 것을 채우고, 돈을 벌기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의 지식을 채우고, 욕심을 채우기 위한 알음알이, 집착하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알음알이가 지식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지식을 최고로 치겠지만 이런 알음알이로 인해 부자가 되고 똑똑해 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행복이나 자유 평화와는 무관한 것이다. 아니 오히려 채우고 가진 것이 많을수록 부자유스럽고 속박당하며 불행하다.

 

행복, 자유, 평화, 나아가 깨달은 채웠을 때 찾아오지 않고, 비웠을 때 찾아온다. 알음알이 지식을 비우고, 욕심과 욕망을 비우고, 집착을 비우고, 소유욕을 비우고, 번뇌를 비웠을 때   행복, 자유, 평화, 나아가 깨달음은 소리 없이 내 안에 깃드는 것이다.

 

세상에서는 많이 채울수록 부자가 되지만, 진리의 차원에서는 비움의 정도에 의해 깨달은 자 부자가 된다. 세상에서는 지식이 기준이지만, 출세간에서는 지혜가 그 기준이 된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