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임 진실화해위원장 “5·16 막은 국민 있었나? 독재 왜 했느냐가 중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의 과거사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과거 ‘5·16 군사쿠데타’를 두고 “5·16 혁명은 반대한 국민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난 6일 박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 박 위원장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군포로와 탈북민 등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2018년과 2022년에는 각각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유튜브 채널 ‘생생현대사’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에서 “6·25가 나고 4·19까지, 한 50년을 엄청 혼란스럽게 지냈다. 모든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이젠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5·16 혁명이 일어났을 때조차도 국민은 반대하거나, 나와서 안 된다고 그러거나 가로막거나 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무혈입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평가가 우스운 거다. 이미 평가가 내려져 있는데 우린 덮으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총칼을 든 군인과 탱크를 앞세워 정권을 찬탈한 쿠데타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없었다고 강변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 영상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독재 행위 등을 옹호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독재 안했다고 할 수 없다. 유신도 했고. 그런데 왜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축첩 없애고, 도박 없애고··· 그러나 나라가 달라져야겠다, 제대로 된 국가가 들어서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MBC 기자 시절 박 전 대통령에게 촌지를 받은 경험도 증언했다. 박 위원장은 “저는 박정희 대통령한테 촌지도 받았다”며 “수출 100억불 달성한 회사 중에 여성 CEO가 있었던 곳이 있었다. 거길 취재를 하고 어느 날 가니까 책상 위에 대통령 박정희(가 쓰인) 봉투가 놓여있더라”고 말했다.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 박 위원장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박 위원장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직후인 지난 5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렴치한 범죄자들 처리를 못 했기 때문에 오늘날 나라가 이 모양”이라며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자들이 판치는 대한민국, 청소 좀 하고 살자”는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은 평소에도 SNS에서 보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 왔다. 그는 지난해 3월 백선엽 장군 3주기 추모 글을 올리며 애도 논평을 내지 않은 야당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은) 다부동 전투에서만 이기면 이 땅을 공산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미군과 연합작전을 펼쳐 승리로 이끈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이 끔찍하게 미울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을 설립한 이승만 대통령이 싫은 것처럼, 북한보다도 못 살던 나라를 산업화 시켜 대한민국을 지금처럼 잘 살도록 이끈 박 대통령이 죽도록 싫은 것처럼,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백 장군도 진저리나도록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처형인 박 위원장 임명을 두고 일각에서는 “탄핵 심판을 앞둔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박 위원장은 “제부와 처형 사이에 무슨 이념이나 신념의 고리가 있다고 탄핵에 갖다 붙이나”라고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의 취임식은 오는 10일 진실화해위에서 열린다. 경향신문은 박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박 위원장은 받지 않았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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