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초발심이란 분별 이전의 마음 상태를 의미
마음에 분별 없는 상태가 초발심이니, 초발심은 곧 바른 깨달음
처음 일으킨 마음 끝까지 유지하면 분별 없어 인과 생길 수 없어
목표 세우되 원하는대로 되지 않아도 결코 마음 빼앗기면 안돼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처음 마음이 곧 깨달음을 이룬다.”
원하는 것 있으면 선과(善果)가 생기고 바라는 것 있으면 악과(惡果)가 생기네. 원하는 것 없으면 선보(善報)가 없고 바라는 것 없으면 악보(惡報)가 없다네.
일반적인 해석은 처음 일어난 마음이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면 결국은 깨달음을 이루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좀 더 근본적으로 해석하자면, 초발심(初發心)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야 한다. 정각(正覺)은 곧 깨달음이다. 바른 깨달음이란 한 점의 고통이나 괴로움도 없는 경지를 말한다.
그렇다면 고통과 괴로움은 왜 생길까? 분별(分別)하는 마음 때문이다. 좋은 것을 원하는 마음이 생기면 싫은 것에 대한 마음이 동시에 생기고, 즐거운 마음이 생기면 괴로운 마음도 동시에 생긴다. 이를 분별심(分別心)이라 하고 인과(因果)라고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처음 일어나는 마음 즉, 초발심(初發心)이란 바로 분별심(分別心) 이전의 마음 상태를 뜻한다.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처음 먹은 마음이 변치 않도록 끝까지 유지하라는 뜻이다. 즉, 두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 두 마음은 곧 분별심(分別心)을 뜻하니, 초발심은 다름 아닌 두 가지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마음을 분별하지 않고 두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인과의 과보(果報) 역시 생길 수가 없다. 인과의 과보가 없으니 고통과 괴로움도 물론 없다. 그것이 곧 깨달음이고 정각인 것이다. 그러므로 분별심은 곧 인과를 낳고, 인과는 선악을 낳고, 시비를 낳고,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낳으며, 윤회고(輪廻苦)를 낳는다. 고로 고통과 괴로움을 낳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분별심을 없애야 비로소 정각을 이루게 되니, 분별심을 없애려면 중도심(中道心)을 가져야 한다. 중도심(中道心)은 고락(苦樂)의 분별에서 벗어난 것이니,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것을 추구하면 할수록, 괴롭고 슬프고 불행을 낳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 매사에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탐진치(貪嗔痴) 삼독심(三毒心)을 가지고 있다. 금강석 같은 업(業)으로 똘똘 뭉쳐 있기에 좀처럼 멸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삼독심의 본능은 또 다시 업을 짓는 동력을 일으키게 되어, 고통과 괴로움의 과보(果報)를 끊임없이 받게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윤회고(輪廻苦)가 계속 되는 것이다. 하루빨리 이러한 업장(業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괴로움의 행진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금강석 같은 본능을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참선(參禪)이 최고의 방법이다. 그리고 기도와 보시, 정진이 이를 막아줄 힘이 된다.
그 이전에 우선 신심(信心)을 가져야 한다. 신심이란 부처님 말씀을 굳건하게 믿으며, 일상에 있어서 항상 놓치지 말고 생각하는 자세다. 무엇을 생각하는가? 먼저 인과(因果)를 생각해야 한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 자체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곧 그에 상응한 괴롭고 슬프고 불행한 일이 과보로서 생기기 때문이다.
또 인과(因果) 인연에 맡겨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신심이다. 좋은 일 나쁜 일을 분별하려는 마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생각하며 고락의 분별을 해서는 안 된다. 분별은 인과를 낳아서 또 한 가지의 고통과 괴로움을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대단히 중요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겨서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만나지 못하여 불이익을 당하면 어쩔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이때 얼른 인과(因果)를 생각하여야 한다. 되지 않는 일에 억지로 감정을 얹어 걱정하지 말고, 얼른 인과 인연에 맡기고 마음을 편안히 가져야 한다. 걱정과 근심을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된다는 것은 곧 원하지 않는 일이 또 발생하게 되는 인과(因果)가 생기므로 결국 걱정 근심하는 마음만 더할 뿐이다.
그러니 그 어떤 일이건 목표는 세우되,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집착하거나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그럴 때는 그저 바라보면서 내 마음의 흐름 상태를 점검하여 최악의 상황에 이른다 해도 마음의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인과 인연에 무조건 맡기고 마음을 편히 해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선악(善惡)의 양보(兩報)가 저절로 생기고, 원하는 것이 없으면 선악(善惡)의 양보(兩報)가 저절로 없어진다. 죽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죽음이 생기나, 죽는다는 것에 얽매이지 않으면 설사 죽음이 온다 해도 그 죽음에 끄달리지 않게 되므로 죽음의 공포가 전혀 없는 것이다. 아무튼 처음 가진 마음, 즉 초발심은 분별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니, 늘 고락의 분별을 하지 않고, 기도 참선 보시 정진에 온몸을 바쳐야 할 것이다.
진우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sansng@hanmail.net
[1777호 / 2025년 5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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