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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이"라 부르는 '형님권력' 한판승

장백산-1 2008. 3. 26. 07:44
한겨레

“명박이”라 부르는 ‘형님권력’ 한판승

기사입력 2008-03-25 21:25 |최종수정2008-03-26 00:45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한나라당 안팎에서 거센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25일 총선 출마를 강행했다. 이 부의장은 “나의 경륜과 경험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에서 ‘형님 권력’을 흔들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과시한 셈이다. 하지만 이 부의장을 둘러싼 논란은 ‘휴화산’ 형태로 잠복했을 뿐 선거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부의장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제기된 ‘이상득 배제론’을 정면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23일 제기된 소장파 55명의 ‘2선 후퇴’ 요구까지 성공적으로 진압하며 후보 등록을 마쳐 일단 정치적 생존에는 성공했다. 특히 지난 2월28일 영남 중진 물갈이를 명분으로 ‘형님의 희생’을 요구한 소장파의 ‘1차 반란’을 이방호 사무총장 등 공천심사위원회 내부 실력자들을 통해 처리했던 이 부의장이 이번에는 직접 전면에 나서 ‘성명파’를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그와 대척점에 섰던 또다른 핵심 실세인 이재오 의원이 ‘이재오-이상득 동반사퇴론’에서 발을 빼면서 일단 한나라당 안에서 이 부의장을 견제할 정치세력의 중심축은 무너졌다.

이 때문에 이미 최다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위상,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핏줄’만으로도 여권의 막후실력자로 대접받아온 이 부의장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더욱이 이 부의장은 ‘형님공천’ ‘상왕정치’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명박이”라고 부르면서 대통령조차 통제할 수 없는 정치적 존재라는 점을 과시했다.

그동안 ‘공천 개입설’, ‘청와대 인사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 부의장에게 더욱 힘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상득 부의장은 주요 당직자에게 자기 의견을 전달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지금 다 말할 수 없지만 여당 안에서 그는 정말 무서운 존재다”라고 말했다.

한 소장파 인사도 “이 부의장이 사장으로 있었던 코오롱 출신 김주성씨가 국정원 기조실장에 기용되는 등 청와대와 정부 인사에서 이상득 부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약진했다”며 “역대 정권 가운데 집권 초부터 친인척이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부의장이 국회에 입성하면 그의 힘이 전방위로 뻗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미 이재오 의원 쪽에서는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이 부의장이 정몽준 의원을 당 대표로 밀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막강한 힘을 계속 행사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당장 이 부의장은 ‘형님공천’ 논란, ‘2선 후퇴’ 파문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이상이 그의 사퇴를 바라는 현실도 대통령과 ‘핏줄’로 얽힌 그가 비정상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데 부담이다.

또 박희태·김덕룡 등 다선 중진들이 공천에서 탈락하며 정치적으로 몰락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부의장을 향한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그는 민심이반을 촉발한 ‘공적’으로 지목되면서 융단폭격을 받을 수도 있다.

총선 국면을 넘어서면 7월 전당대회가 버티고 있다. 당권 경쟁이 불붙으면 그는 당내 반대파의 표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당내 중재자’를 자임했지만 당권 투쟁 속에서 이른바 ‘형님의 의중’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선거가 끝나야 진짜 권력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은 겨우 그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조혜정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