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국민의 주권을 지키고, 소통하는 권력이 되기를 기도하고자 합니다
"보살은 온갖 중생에 대해 부모, 형제, 처자, 제 몸 같은 생각을 갖는다."
불교 사부대중은 지금 전국의 선원과 사찰에서 자비와 지혜를 구하고자 수행 정진하는, 하안거 결제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평화가 깨지고, 선량한 시민들이 다치고, 중생의 마음에 깊어가는 상처를 모른 체 할 수는 없습니다.
중생은 보살의 길을 이루는 밭이며, 중생의 고통은 보살의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진정한 수행자, 참다운 불자는 중생의 고통, 사회의 고통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기에,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참다운 수행자이자 불자이기 위해 수행 정진의 장을 시민들과 함께하는 서울광장으로 잠시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장소가 어디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통 받는 시민들이 지금 서울광장에 있으므로 우리도 여기 있고자 하는 것이며, 세상이 평화와 행복을 되찾으면, 한여름 고요한 산사의 수행으로 언제든 시민들을 모실 것입니다.
우리는 주장합니다.
평화와 생명은 세상의 절대가치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는 모든 생명의 기본권입니다. 국민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를 철회하고 국민의 의사를 진심으로 물어야 합니다. 그 방법과 절차는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대통령과 정치권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이제 그 위임된 권한을 바르게 써주기 바랍니다.
소통 부재의 사회로는 그 어떤 발전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의 함성 그대로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등지고는 나라의 존립은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을 믿어야 합니다. 국민을 믿지 않고는 국민을 섬기는 정치가 실현될 수 없습니다. 국민과 한마음 한 몸이 된다면 우리 한국사회는 그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합니다.
독선과 아집은 평화를 깨는 독초입니다.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을 '사탄'이라 해서는 안됩니다. 3.1 독립운동 이래 민족의 운명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모든 종교인이 함께 손잡고 이룩한 독립이요, 그렇게 건국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청와대에서 '정부복음화'를 운운하는 소리가 나와서는 결코 안됩니다.
시민들에게 민주적 표현의 장을 여는 역할 정도에 불과한, '광우병 대책회의'에 대한 탄압을 중지해야 합니다. 좌파로 매도해서도 될 일이 아닙니다. 좌파라 칭하고 이를 척결 대상이라 하는 생각이 정당하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정당하게 됩니다. 그것은 불행을 낳는 잘못된 생각, 모든 고통의 근원인 '무명(無明)'입니다.
무명을 밝히기 위해서는 독선과 아집의 굴레를 벗고 관용과 이해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사상과 이념, 신앙, 지역, 생활조건의 차이를 넘어 호혜적 공동체를 위한 연대의 장을 넓혀야 합니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평화를 좋아합니다.
이것은 변경될 수 없는 진리입니다. 더 이상 폭력의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됩니다. 공권력은 훈련되어 있습니다. 훈련된 폭력이 가능하다면 훈련된 평화도 가능합니다. 지도자가 결심하면 되는 일입니다. 촛불을 든 시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경찰 또한 폭력을 두려워하고 평화를 좋아합니다. '역지사지' 하는 지혜로 평화와 비폭력을 수호합시다.
'비폭력'은 먹을거리보다 더 귀한 정신적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시민 개개인의 마음 안에 가지고 있는, '생명파괴에 대항하는 정신의 검역주권'입니다.
이제 정부가, 정치권력이 실마리를 풀어가야 합니다.
- 대통령은 국민과 한마음 한 몸이 될 것인지 독선으로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 국민과 함께 하고자 한다면 쇠고기 고시를 거두어야 합니다.
- 국민과의 정서적 결합을 가로막는 내각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합니다.
- 경찰청장을 비폭력 촛불문화를 지켜줄 공복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 다양한 창구로 국민과 대화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잡보장경의 한 구절을 정부와 시민들께 행동의 화두로 드리고자 합니다.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추어라."
위대한 국민이 있으므로 '홍익인간'하고자 나라 세운 꿈을 우리가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불기 2552(2008)년 7월 1일
시국법회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