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지의 사람 사는 세상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바보 노무현..." [홍순관님의 추모 글]

장백산-1 2009. 7. 4. 13:17

홍순관님의 추모글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바보 노무현"
번호 69847 글쓴이 홍순관펌 조회 306 등록일 2009-7-4 11:18 누리112 톡톡0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바보 노무현
http://cafe.daum.net/sghong/CLjz/42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삶도 죽음도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것, 누가 모를까요.

그걸 살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그걸 살아내기가 쉽지 않은 짐이지요.

 

훠얼~ 던져진 저 죽음이 우리를 이제부터 무겁게 따라다닐 것이니

마지막 남긴 말을 실천하기가 통 쉽지 않을 거란 말이지요.

미안해하지 마라뇨, 원망하지 마라뇨, 운명이라뇨.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두 번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 첫 만남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 허3의 한 명인 허삼수를 상대로 치룬 말도 안되는 선거전이었지요.

당시 포스터라는 것이(지금도 그렇지만) 그저 기호를 아래 크게 쓰고,

포스터 전면에 크게 얼굴을 내보내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또 뭐 별다른 방법도 없는 거구요.

그 때 처음으로(아마 지금도요...)민중 속에 조그맣게 후보 얼굴을 구석에 넣은 포스터를 구상했었습니다.

노후보진영에서 일하던 잘 아는 형이 포스터 디자인을 물어오길래 '생각(아이디어)'을 주었던 겁니다.

남천동 삼익아파트에 있는 자택에서 몇 번 만나 디자인에 대해 의논하고 결정하여 모험을 했지요.

그래요. '바보포스터'였습니다. 당연히 얼굴을 크게 했어야지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인권변호사 알리려면

그랬어야지요. 그러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민중을 더 크게 넣고 그 아래 구석에 조그맣게 얼굴을 넣은

바보 포스터는 그를 당당히 국회에 입성 시켰지요.

(아는 사람은 압니다. 허3를 상대해서 이길 것은 당시에 아무 것도 없었던 시절임을.)

 

두 번째 만남은,

결혼식이었습니다. 제 첫 음반의 모든 사진을 찍어주었던 P형의 결혼식에서 그는 주례자로 나는 축가를

부르는 인연이 있었습니다. 아, 그게 뭐냐구요. 아니요. 그 날은 특이하게도 축가를 선곡한 사람이 신랑도 아니고

신부도 아니고, 주례자였습니다. <상록수>를 불러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나도 좋아하고 신랑도 좋아하니 <상록수>를 불러달라'는 것이, 그 때 인기상승 중이었던 노무현(국회의원) 주례자의

발랄한(?) 부탁이었으니...기타 하나 들고 제법 비장한 마음으로 3절까지 또박또박 불렀던 기억입니다.

 

지금 뉴스에는 그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상록수'가 나오고 있네요.

속울음이 없을 수 없습니다. 험란하고 처절한 시대의 강을 건너며 함께 불렀던 노래를 이젠 하늘과 땅에서

따로따로 불러야 하니까요. 그러나 따로겠습니까. 삶도 죽음도 하나임을 알듯이 하늘도 땅의 노래도 하나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땅을 내려다보며 그가 부를 '상록수'를 함께 조심스럽게 따라 불러봅니다.

그러나, 하지만,

분노도 없는 이 시대에, 분연히 일어나는 정의감도 역사에 대한 생각도 없는

무관심의 이 시대에 이 노래를 어떻게 부를 수 있을까요.

그저 춤추고 술먹는 대학의 축제현장에서 나는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합니다.

이 무감하고 쓰라린 시대에 나는 어느 무대에서 그 상록수를 또 부른단 말입니까.

 

아, 끝까지 바보같은 길을 걸어가는 저 사람 보소.

바보같은 정의감을 이끌고 인생의 모든 무거움을 안고 떠나는 저 사람 보소.

잘 가소! 바보 노무현요~~잘 가소~~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바보 노무현 지나가네...

 

홍순관 짧은 프로필

영혼과 마음과 신앙을 담아 노래하는 홍순관은 어린아이의 눈망울을 지닌 우리 시대의 예언자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후, 86년부터 무용무대미술과 기획 분야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연출하고 출연했다. 1995년 정신대할머니돕기공연 <대지의 눈물>을 시작하여, 2000년 동경국제법정에서 공연하는 등 일본, 미국, 중국, 독일에서 정신대 관련 공연과 생명·평화·통일 등을 주제로 하는 초청 공연을 해오고 있다. <문화쉼터>, <조율> 등의 콘서트와 A&C TV <홍순관의 노래씨앗>, CBS라디오 <기쁜소식 좋은세상> 등 방송 진행을 통해 기독교와 이웃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는 일을 했다. 특히, 2005년 뉴욕 링컨센터 공연을 계기로 우리 가락과 정신을 세계에 알리며, 한국 땅에 평화박물관을 짓기 위해 10년을 목표로 세계 각지에서 평화박물관건립모금공연 <춤추는 평화―Dancing With Peace>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새의 날개", "The Holy City", "신의 정원", "양떼를 떠나서", "민들레 날고",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지" 등의 음반을 발표하였고, 최근 <네가 걸으면 하나님도 걸어>라는 단상집을 펴냈다. 현재, 2008크로스오버 새 음반 <춤추는 평화>의 홍보에 힘쓰며, 더불어 기후온난화를 막기 위한 환경 공연 <착한노래만들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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