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시민민주주의

슬픔을 넘어 희망을, 노무현 1주기 추모공연 [서울성공회대]

장백산-1 2010. 5. 11. 11:53

[콘서트후기] 슬픔 넘어 희망을 노래했던 감동의 무대
번호 143841 글쓴이 사람사는세상펌 조회 208 등록일 2010-5-11 10:33 누리105 톡톡0
[1주기 추모콘서트 서울공연 관람기]
슬픔을 넘어 희망을 노래했던 감동의 무대
추천 : 34 반대 : 0 신고 : 0 조회수 : 2863 등록일 : 2010.05.10 16:34
강기석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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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슬픔을 가슴속에 담은 채 모인 것이었으므로 턱없이 유쾌하고 들뜬 기분은 아니었을망정 그래도 모처럼 반가운 사람들 만나 억지로라도 즐거운 표정으로 위로하고 다짐하자던 자리였을 텐데 그만 눈물로 시작하고 말았다.


눈 물로 시작한 콘서트



그 건 순전히 명계남 때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짙은 농도로 사랑했다고 자부하는, 이 젊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직 그렇게 늙지도 않은 배우출신의 사나이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눈물 콧물까지 흘려가며 폐부 속 저 깊은 곳에 숨어 있었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끄집어냈다.

“술을 따를 땐 꼭 두 손으로 따르던 사람,
사 진 찍기 좋으라고 무릎을 굽히던 사람,
아무도 가지 않던 길, 앞장서서 누구보다 먼저 뚜벅뚜벅 갔던 사람,
우리보다 더 깊이 고개 숙여 한없이 자신을 낮추었던 사람,
자기 때문에 우리가 아플까 봐 미안해하고 눈물 흘리던 사람,
그 래서 아름답고 고운사람,
우리에게 그런 단 한 분의 대통령이셨던 사람”

그리고는 대통령을 불렀다.

“어디 계시나요. 여기 내려오세요. 내가 부를 거예요. 크게 대답하셔야 해요.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아마도 대통령은 이 간절한 초혼에 응답하셨을 것 같다. 그리고 무대 위에 노란리본으로 형상화된 당신의 초상 속에 모습을 감춘 채 내내 콘서트를 지켜봤을 것만 같다.


자 신감을 회복한 사람들



지 난해 10월 이곳 성공회대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추모콘서트는 대통령 서거 후 5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돌이켜 보니 아직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여전한 분노가 사람들의 가슴속에 불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불투명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상처는 많이 아물었고 분위기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저들의 야만적인 공격으로부터 한명숙 총리를 지켜냈다는 자부심,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저들을 응징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두 분 대통령이 가신 후 길 잃은 아이마냥 헤맸던 우리가 반드시 해내야 할 것은 승리하는 경험”이라며 그래야 “노무현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다시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는 문성근의 사자후는 이미 사람들의 이심전심이었다.

사람들은 한명숙, 유시민이 이해찬과 함께 입장할 때 “서울시장, 한명숙! 경기지사, 유시민!”을 목청껏 연호했다. 공연장 곳곳에는 ‘한명숙을 지키자’는 현수막이 당당하게 나부꼈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정치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것에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이 난 것이다.


더 치열해진 공연예술인들



오 히려 윤도현과 안치환은 아직도 화가 삭지 않은 듯했다. 여전히 씩씩한 윤도현은 당초 세 곡을 부르기로 했는데 공연 전 자신이 네 곡을 부르겠다고 요청했다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이런 애정이 어찌 저들에겐 눈엣가시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그는 “가던 길 그냥 가는 것이 좋다”며, “하도 매를 맞아서 이젠 괜찮다”며 지난 번 부를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으로 ‘후회 없어’와 ‘깃발’을 부른다고 했다. 그리고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희망의 작은 씨앗 하나씩을 가슴에 심고 갔으면 한다고 했다. 그 씨앗의 정체가 무엇일지, 그 또한 윤도현과 사람들의 이심전심일 것이다.

비장한 안치환은 절규하듯 외쳤다. 사람들은 아무리 가슴 아픈 일도 시간이 흘러가면 기억에서 희미하게 사라지는데 여기 함께 있는 사람들은 그 분의 이름 세 글자를 더 깊이 새기자고 했다.

그것은 그의 말대로, 지킬 것을 지키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없으며, 그들이 먼저 지켜야 할 정의와 법조차 폐기처분하려는 저들이 권력을 갖고 있는 한 시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강산에의 마지막 노래 ‘넌 할 수 있어’로까지 연결해 보자면 이날 공연자들은, 지난 번 공연 때부터 지금까지 혼란과 분노, 그리고 깊은 탄식 뒤에 위로와 다짐이라는 순서로 일관되면서도 무의식적인 인식의 흐름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독설과 욕설, 비유가 준 카타르시스



윤 도현과 안치환의 노래 가사 중에 욕설처럼 들리는 가사가 들어 있었던 것 같다. 본인들은 욕이 아니라고 했지만 욕설처럼 들렸다. 그런데 관중들은 그 대목에 환호로 응했다. 아무리 점잖 빼고 싶은 사람이라도 그쯤은, 비록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 대고라도,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돈 몇 푼 흔들어대며 문화예술인들에게 데모 안 하겠다는 각서를 받아 내려는 천박한 정권.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까지 세종시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결국 국토균형개발의 원대한 계획을 무산시켜버린 근시안 정권. 멀쩡한 4대강을 살린답시고 수 십 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오히려 자연파괴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무자비한 정권.

수 십 명의 생떼 같은 젊은이들을 수장시켜 놓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무책임한 정권. 민족문제는 파탄에 이르고 독도문제는 쉬쉬하면서 중국에는 엉뚱한 소리로 항의하다가 본전도 못 찾는 외교무능의 정권.

이런 무능과 오만과 거짓을 오로지 언론장악으로 모면하기 위해 혈안이 된 정권. 권력자들이 명예훼손을 걸어 시민들을 겁박하는 오만한 정권.

아마도 그게 욕설이었다면, 이런 정권에 시달려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불쌍한 국민들에게 가장 큰 카타르시스가 될 터이다. 문성근이 명계남을 이날 진단한 바,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좌파인 것이 틀림없는데, 좌파가 아니라는 명계남이 볼 때 그런 진단을 내린 문성근이야말로 스님에게 크게 혼이 날 성 싶다는 풍자는 차라리 직설법이지 풍자랄 것도 없을 것이다.


프로젝트 밴드, ‘자원봉사’ 그 순수함



깨 끗할 뿐 아니라 유능하기도 한 정치인,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던질 줄 아는 정치인,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원칙과 상식을 견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열망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체화됐다.

그리고 그 열망과 존경은 이제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에게로 옮겨졌고 원래부터 당적이 다른 강기갑, 이정희에게까지 번졌다. 사람들이 이정희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가 자신들과 똑같이 노무현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록 당적은 달라도 정치인 이정희에게서 노무현의 한 부분을 발견했기 때문이며 그래서 이정희가 나타날 때마다 환호하고 그의 노래에 눈물짓는 것이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로부터 노무현 정신을 구현한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날 이정희, 이재정, 이치범, 여균동 등과 함께 프로젝트 밴드를 구성한 기타리스트 정연주와 드러머 조기숙 역시 그 범주일 것이다.

이들은 이날 아마추어밴드의 평균 수준보다도 못한 반주밖에 만들어 내지 못했고 이재정, 이정희, 이치범 등 가수들의 음정이 올라갈 때마다 관중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곤 했지만 관중들은 이들의 노래에 충분히 즐거워했고 감동을 받았다. 이들이 어떤 인물들이고 어떤 심정으로 무대에 올랐으며 얼마나 애를 써서 그 만큼만이라도 화음을 일궈냈는지를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통이요, 공감인 것이다.


작은 희망의 씨앗 하나



공 연이 끝날 즈음, 비록 봄이라지만 야외에서의 늦저녁 추위는 옷을 두툼하게 끼어 입은 한겨울 추위 못지않은 강도로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중들은 시민합창단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리를 정리했다.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그 만족만큼 자원봉사자들의 성금함에 성의를 표시했지만 액수가 무슨 대수랴. 사람들은 이미 월정회원이 됐든, 평생회원이 됐든 여러 형태로 노무현재단과 한 몸을 이룬 사람들인데…. 다만,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책을 팔기도 하고 안내하기도 하고 성금함을 들고 다니기도 하면서 요소요소에서 헌신적으로 공연진행을 도운 노란색 자원봉사자들이 새삼 고맙다.



공 연은 다음날 노무현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로 갔다. 마지막 부산 공연 때까지 ‘Power to the people!’의 불꽃은 5월 내내 전국 곳곳으로 피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6월2일, 반드시 승리하는 경험을 갖고 싶다는 문성근의 피를 토하는 듯한 외침, ‘권력을 국민에게로’라는 추모콘서트의 핵심 주제가 실현될 경우. 그러면 어떻게 하지?

“내년 5월에는 서울광장에서 만납시다!”

흩어지는 사람 중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외친 다짐처럼, 그리고 2013년 5월 기적처럼 또 한번 서울광장에서 만나 그 때는 정말 기쁨과 환희에만 가득찬 추모 겸 축하콘서트를 갖는 꿈. 이것이 윤도현이 모든 참석자들에게 기원한 작은 희망의 씨앗의 정체일 것 같다.



<사진 = 촬영 자원봉사 장대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