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김영삼, 박정희 기념사업’의 확연한 차이 |
특히 우리나라처럼 전직 대통령 문화가 없고, 우리나라처럼 전직 대통령의 지위가 초라한 나라에선 그 같은 일이 더욱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견이 있는 분도 계시겠지만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대한민국 현대사 60여 년간 9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저마다 공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식은 △존경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의 기부와 모금 △취지에 동의하는 기업이나 단체의 기부 △적절한 국가적 지원, 이 세 가지가 결합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외국의 경우가 대부분 그렇듯이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가 이렇게 돼 있습니다. 해당 전직 대통령을 대표하는 단체(주로 ○○○ 대통령 기념사업회, 혹은 ○○○ 대통령 **센터 등)에서 스스로 얼마를 모금하거나 확보하면, 나라에서 매칭펀드 형식으로 그에 상응하는 일정한 예산을 국비에서 단계별로 지원합니다. 스스로 얼마를 모금하거나 확보하는 능력을 ‘자부담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단체들은 ‘자부담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존경받지 못하거나, 기부문화 전통의 부재, 권력이 끝나고 난 후의 염량세태(炎凉世態) 등이 반영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전직 대통령 품위에 맞지 않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 박정희기념관 투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기념사업회가 500억 원에 이르는 자체 사업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그 돈에 자발성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기업이나 전경련 모금입니다. 전경련은 최근 박 전 대통령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를 대신해 총대를 메고 전체 700억~1000억 원가량 사업비 중 300억~400억 원가량 부족한 기금모금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대기업과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에 일제히 보냈습니다. 기업들과 금융기관들 사이에선 현 정부 들어 가뜩이나 미소금융재단 설립기금 출연 등 ‘준조세’가 늘어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기념관설립기금까지 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다를 줄 알았습니다. 지난 5일엔 상도동 자택과 거제도 땅을 비롯한 자신의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실망스러웠습니다. 사회 환원이 아니라 자신의 기념사업에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총 50여억 원. 이 중 일부는 거제시, 나머지는 사단법인 ‘김영삼 민주센터’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하니, 결국 ‘자부담 능력’ 키우기입니다.
그 50억 원 정도로는 제대로 기념관 등을 추진하기가 어려웠던지 한 경제단체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김영삼 민주센터’ 측은 이 경제단체에 공문을 통해 2014년까지 총사업비 180억 원이 필요한데, 국고보조로 54억 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126억 원 중 100억 원을 기업들의 모금으로 채울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씁쓸한 대목입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 기념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노무현재단은 설립 1년여 만에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만 80억 원 정도를 모금했습니다. 지금도 3만 1천여 명의 시민들이 월 1만 원 정도를 어렵게, 그렇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꾸준히 기부하고 있습니다. 별별 눈물겨운 사연이 다 모여 있습니다. 기업이나 단체의 성금은 단 한 푼도 없습니다. 세계 어느 전직 국가원수 재단도 이루지 못한 전무후무한 모금기록입니다.
즉 어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회보다 막강한 ‘자부담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매칭펀드 예산지원을 뭉개고 있습니다.
살아계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의 ‘사회 환원’을 밝히면서 “죽으면 끝나는 것이고 영원히 못 산다”고 말했습니다.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살아서 죽음을 말하는 전직 대통령, 죽어서도 살아 숨 쉬는 전직 대통령.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의 기념사업 차이는 거기에서 비롯되나 봅니다.
양정철 /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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