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과 현대물리학

느낌 발생의 과정 [인경스님]

장백산-1 2011. 7. 25. 13:23

느낌발생의 과정|명상수행 에세이
거울 | 조회 51 |추천 0 |2011.06.17. 05:45 http://cafe.daum.net/medicoun/Ia7X/22 

 

 

인경스님의 명상수행에세이(18)


느낌발생의 과정

우리가 세상을 산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몸으로 느낌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느낌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반응하게 된다. 이때 특히 몸이란 공간이 중요하다. 느낌은 언제나 바로 몸이란 통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자극을 받으면 일차적으로 우리는 몸을 통해서 그것을 접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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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에서는 느낌발생의 과정을 ‘접촉’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접촉이란 의식[識], 대상[境], 감각기관[根]의 화합을 말한다. 이것은

 

의식을 조건으로 하여 대상이 생겨나고(의식→대상),

 

대상을 조건으로 하여 감각기관이 생기고(대상→감각기관),

 

감각기관을 조건으로 접촉이 있고(감각기관→접촉),

 

이 접촉을 조건으로 바로 느낌이 발생한다(접촉→느낌)고 설명한다.


여기서 대상이란 물질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을 모두 가리킨다. 그런데 의식을 조건하여 대상이 발생된다는 설명은 중요한 심리학적인 의미를 함축한다. 일반적으로 소박한 실재론에서는 ‘대상이 저기에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진다. 저기에 있는 대상이 우리에게 자극을 주고, 그곳에 따라서 유기체는 반응을 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은 가장 일반화된 대상에 대한 실재론적인 믿음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의식이 선행하고, 이 의식을 조건으로 하여 대상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대상에 대한 인식은 의식이 없는 바위돌이라면 성립되지 않는다. 의식의 존재를 전제할 때 비로소 그곳에 대상에 대한 인식이 성립된다. 이점은 충분하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일체가 마음이라는 교설을 주장하는 대승의 유식불교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점을 해석한다. 저기 대상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조건으로 해서 발생된다는 것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대상은 마음에 의해서 포착된 대상이고, 마음에 의해서 창조된 대상이 된다.

우리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내용만을 편향되게 인식한다는 말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대상이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측면이 분명하게 있지만, 실제로는 의식에 의해서 세계를 구성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결코 대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반드시 주관적인 관점에 그곳에 개입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점은 현대 과학, 양자역학에서도 밝혀주고 있다. 햇빛은 파장인가 아니면 입자인가 하는 논쟁에서, 햇빛은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서 파장으로도 나타나고, 입자로도 나타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란 결코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그 대상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말한다.

일단 이렇게 의식에 의해서 물질이나 정신적인 대상이 구성되면, 이것은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접촉이 된다. 보통 눈과 귀와 같은 감각기관은 대상의 자극을 받는 입장을 견지하지만, 여기서는 마음에 의해서 구성된 내적인 대상에 의해서 몸, 감각기관이 지배된다는 것을 말한다. 경전에서는 이것을 ‘눈은 대상을 향하여 불타고 있으며, 귀 또한 대상을 하여 불타고 있다.’고 설하고 있다.

의식에 의해서 물들여진 몸, 감각기관은 스스로 대상을 향하여져 있다. 그래서 의식은 스스로 구성된 내용을 감각기관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확인한다. 이것이 접촉이다. 접촉은 의식, 대상, 감각기관의 화합이지만, 주체적인 역할은 의식, 곧 마음이다. 마음은 자기가 자기를 보고, 마음이 스스로 만든 세계를 거듭 확인한다. 이런 관점에 서면 느낌은 항상 물들어진 스스로 선택하고 창조한 스스로의 느낌이다.

대상을 포착하고 창조하는 주체는 바로 의식, 마음이다. 마음에 의해서 창조된 대상은 감각기관을 지배한다. 마음에 의해서 지배된 감각기관은 자기와 닮은 대상을 향한다. 이렇게 하여 접촉이 일어나고, 접촉에 의해서 즐겁고 즐겁지 않는 느낌이 발생된다. 이 느낌은 곧 마음의 창조물이기에 같은 대상접촉이라고 하여도, 사람에 따라서 전혀 서로 다른 느낌을 경험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경험은 바로 몸이란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몸은 바로 느낌의 무대이다. 우리가 세상을 산다는 것은 바로 느끼는 것이고,  이것은 일차적으로 몸으로 느끼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느낌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느낌이다. 이 느낌은 밖에서 일방적으로 내게 주어진 내용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