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우수한 작곡가들이 중심이 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선정대회'에서 아리랑이 82%의 압도적인 차지를 얻어 1위로 선정되었다는 AP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놀랍게도 그 대회에는 국내의 작곡가들이 한사람도 참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거기서 아리랑이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뽑혔다니! 참으로 가슴 뿌듯하고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아리랑을 그저 우리 민요들 중의 한 곡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예전에는 그랬다. 그러나 아리랑을 좀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아리랑은 그 흔한 민요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리랑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에 나운규의 아리랑 영화가 암울했던 시대에 우리 민족의 혼을 일깨운 이야기는 이젠 전설에 가깝다. 한번은 일제 침략자들이 일본에 노역자로 끌려간 우리 젊은이들의 기운을 북돋워 일을 더 시키려고(노동력을 더 많이 착취하려고) 아리랑 노래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한국노역자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하기는커녕 오히려 일제히 스트라이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리랑 노래를 듣는 순간 잠자던 民族魂이 깨어났던 것이다.
국내에 사는 우리는 잘 못 느끼지만 해외에 사는 동포들은 아리랑 노래를 들으면 한국인이라는 自覺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을 지샌다고 한다. 도대체 아리랑에 어떤 비밀이 있기에 그처럼 그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아리랑이 고구려 내지 북방민족들 사이에서 불려지던 노래였을 거라는 강한 심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북방 민족들의 문화를 접할 때마다 혹시 그들의 문화에 아리랑과 관련된 요소는 없나 하고 살펴보곤 했다.
그런데 몇해전 우실하 교수가 중국 심양대학에 교환교수로 가 있다가 돌아오면서 에벵키족의 어휘사전을 구해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그 사전에 뜻밖에도 ‘아리랑’, ‘쓰리랑’ 등의 어휘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서울까지 단숨에 쫓아올라가 그 사전을 펼쳐보았다. 놀랍게도 그 사전에는 그의 말대로 ‘아리랑’, ‘쓰리랑’, ‘아리’, ‘아라리’ 등의 어휘가 실려 있었다. 참으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에벵키족이라면 우리의 단군역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민족으로 지금은 아무르강 상류쪽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우교수가 가져온 사전은 내몽고에 거주하는 그들의 일파의 어휘를 정리한 것으로 중국학자들이 자국내 소수민족들의 문화를 정리하면서 그들의 어휘를 조사해 출판한 책이었다.
그 어휘사전을 보니 놀랍게도 아리랑(Alirang)에는 ‘영접하다’, ‘맞이하다’는 뜻과 ‘참다’, ‘인내하다’ 등의 뜻이 있었고,쓰리랑(Serireng/Serereng)은 ‘잠에서 깨어나다’, ‘술, 마취 등에서 깨어나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한편 그들과 같은 민족인 아무르강 상류에 거주하는 에벵키족의 아리(Ari), 아라(Ara) 등의 어휘에는 ‘(靈魂이) 부활하다’, ‘다시 깨어나다’ 등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일찍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는 '아리 아리랑'할 때의 '아리' 또한 靈魂이 復活하다, 깨어나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서 만주족 샤만 이야기인 <니샨샤만전>에는 부모가 죽은 아들의 시신 앞에서 곡(哭)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노래의 문장마다 그 끝에 ‘아라'라는 후렴이 붙어있어 ’아라‘가 아들의 靈魂이 깨어나기를 간절히 비는 샤마니즘의 주술적 용어임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리랑, 쓰리랑, 아리 어휘들의 이런 뜻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리랑 노래를 접할 때마다 나는 고구려 무용총에 그려져 있는 그 유명한 가무배송도(歌舞拜送圖)를 떠올리곤 한다. 나도 모르게 아리랑하면 이 가무배송도, 가무배송도하면 아리랑이 떠오르는 것이다.
당시 고구려나 백제, 그리고 만주의 소수민족들은 대부분 2차장의 장례풍습을 갖고 있었다. 2차장이란 상(喪)이 나면 집안에 초분(草墳)이나 빈궁(殯宮)을 만들어 시신을 모셨다가, 27개월이 지나 탈골이 되면 본장(本葬)을 지내는 것을 말한다. 이때 뼈를 수습해 무덤에 안치하고 그의 靈魂을 말에 태워 조상들이 계신 하늘나라로 보내는데, 특별히 춤과 노래로 성대하게 떠나보내니 이를 가무배송의 풍습이라 한다.
일종의 망자굿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2차장에서는 탈골이 된 뼈를 수습하여 본장을 치를 때 미리 샤만을 모셔와 초분의 잠자고 있는 靈魂을 깨운다. 시신을 수습할 때 망자의 魂이 놀라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깨어난 靈을 준비된 말에 태워 마지막 저승길로 떠나보내는데, 이때 가무배송도에서 보는 것처럼 춤과 노래로써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벽화에 그려진 무희들의 춤이 애잔하기 그지없는데, 그것은 가무배송도의 춤이 오늘날 망자를 보내는 굿판에서 추어지는 살풀이춤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당나라 시인 이백은 당시의 고구려춤에 대해서 이렇게 읊고 있다.
무희가 망설이듯 천천히 돌다가 삽시에 넓은 소매를 휘휘 저으며 춤을 추니 새가 나래를 펼치고 요동에서 바다를 건너 날아온 듯 하구나 한마디로 망자의 魂이 저승길을 떠나기에 앞서 잠시 머뭇거리다 하늘나라로 날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노래는 또 어땠을까. 슬프되 그 슬픔을 감추고 님을 떠나보내는 노래가 아니었을까? 바로 아리랑처럼 말이다. 여기서 앞에서 설명한 아리랑 쓰리랑 어휘의 뜻을 가지고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의 의미를 풀어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靈魂이 깨어났네, 잠에서 깨어났네 이제 그분을 맞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하리 어쩔거나 이별의 슬픔을 참고 떠나보내세 잠이 든 靈魂을 깨워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서글픈 마음이 가득 배여 있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오늘날 불려지는 아리랑 노래가사와 그 정서가 매우 비슷함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고구려의 역사가 끊어진 지 천년이 훌쩍 넘는다. 그러나 고구려는 당시 백제, 신라, 가야, 일본, 그리고 만주의 여진, 몽골, 거란 등을 포괄하는 고대 동북아의 중심국가였다.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고대 동북아 국가들과 민족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니, 비록 그들의 역사는 끊어졌으나 아직도 고구려가 우리의 가슴에 남아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고구려 공부를 하면서 벽화 그림을 수없이 보았지만 나는 지금도 벽화를 마주할 때면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을 느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강한 감동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산조차, 달조차 살아있는 靈魂임을 안 그들이관대 어찌 그들이 남긴 벽화그림이라고 무심할까.
우리민족은 세계의 그 어떤 민족보다도 靈的인 민족이다. 비록 어지러운 역사를 헤쳐오는 동안, 그리고 정신없이 사느라고 그것을 잊고 있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가슴 한편에는 늘 용광로처럼 뜨거운 靈的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동녘이 환히 밝아와 그의 존재를 비출 때 문득 깨어날 그의 靈魂처럼.
아리랑은 바로 그런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다. 진도의 씻김굿에서 당골네가 부르는 진혼곡이 망자를 불러내 그의 靈魂을 淨化하는 것처럼, 아리랑은 문득문득 우리의 잠자는 靈魂을 일깨우는 것이다.
최근 KBS에서는 주말에 징기스칸을 방영하고 있다고 한다. 몽골족이 남긴 한 기록에는 그들의 시조인 알랑고아의 아버지가 바로 고구려인임을 밝히고 있다. 얼마전에는 한 후배가 몽골인들이 마두금(馬頭琴)으로 아리랑 비슷한 곡을 연주하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구려의 아리랑 노래가 이웃 민족인 에벵키족에게 전해졌다면 한 핏줄인 몽골족에 아리랑의 선율이 남아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니 몽골뿐이랴. 어쩌면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만주 일대와 한반도의 그 많은 민족들이 아리랑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았을까. 요즈음의 한류(韓流)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땅에 이런저런 아리랑 노래가락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아리랑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뽑은 해외의 작곡가들은 아리랑에 담겨있는 이런 사연을 짐작이나 하고 있을까? 아마도 아름다운 선율로 치자면 아리랑보다 아름다운 곡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리랑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틀림없이 아리랑의 뭔가가 그들의 가슴을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혹 죽은 자의 영혼마저 깨우는 아리랑의 그 놀라운 힘이 그들의 내면의 영혼을 일깨운 것은 아닐까? 음악을 안다는 것은 영혼을 아는 것이라든가. 그러고 보니 작곡가들이야말로 음악을 아는 이들이 아닌가!
그들이 우리민족의 가장 내밀한 노래인 아리랑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로 뽑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도심스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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