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몸과 마음은 모두 허깨비

장백산-1 2013. 9. 22. 22:15

 

 

 

 

몸과 마음 모두 허깨비와 같습니다.

이 내 몸 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리는 모래알처럼
내 몸은 순간 순간 허물어져 갑니다.

이 내 몸 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윤이 나던 머리카락 새하얀 이빨
길고 도톰하던 손톱 발톱 모두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보드랍던 피부 쇠심줄 같던 근육
강건하기만 하던 튼튼한 뼈대도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이 내 몸 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물로 돌아갑니다.

행복에 겨워 흘리던 기쁨의 눈물도
슬픔에 겨워 흘리던 비탄의 콧물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맛있는 음식에 입 안 가득 고이던 침도
몸 안 곳곳을 부드럽게 적셔주던 진액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썩은 살에서 배어나던 피고름도
냄새나고 더러운 대변 소변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이 내 몸 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순간 溫氣로 돌아갑니다.

고운 이를 쓰다듬던 그 손길의 따스함도
미운 이를 증오하던 그 분노의 열기도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갑니다.


이 내 몸 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거칠 것 없이 휘저으며 걷던 씩씩한 몸짓도
고아한 자태로 눈길을 끌던 우아한 몸짓도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이 내 몸 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방울 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난 뒤
나의 몸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이 내 몸 다하여 뻗대고 자랑하고 지키려 애쓰지만
내 마음은 강가 돌멩이에 낀 누런 때와 같습니다.

밝고 어둡고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고요하고 시끄럽고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향기롭고 지독하고 풋풋하고 비린 냄새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달고 짜고 쓰고 매운 맛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부드럽고 거칠고 차갑고 따스한 감촉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이것과 저것, 옳고 그른 생각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향기롭고 지독한 냄새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달고 쓴 맛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부드럽고 거친 감촉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옳고 그른 생각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렇게 온 곳으로 돌려보내고 난 뒤
나의 마음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목우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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