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문의 쑈

정치권 50代 역할론 주목한다

장백산-1 2017. 1. 23. 04:57

조선일보

[사설] 정치권 50代 역할론 주목한다

입력 2017.01.23 03:20


민주당의 50대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지사는 "시대(時代)를 교체하자"고 했다. 실제 그는 '시대 교체'라고 부를 만한 정치적 길을 걷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친노 출신이지만 그 한계에 머물지 않고 있다.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가 '적폐 청산'을 내걸고 있는 데 대해 "자꾸 과거 문제, 이미 청산이 끝난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친일, 군부독재 세력 청산을 내세우고 있다. 해방된 지 70년이 지나고 민주화 된 지 30년인데 어디에 친일·군부 세력이 있다는 것인지 문 전 대표 진영도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낡은 사고방식이지만 같은 야권에서 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 지사는 "복수혈전의 정권 교체가 안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안 지사의 태도에서 낡은 생각과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고 있다.

안 지사는 사드 배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을 수 없다'고 했다. "뭐가 외교 안보상 이익인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재벌 개혁은 찬성하지만 로비 때문에 판사가 기각했다는 근거가 없다. 무조건 구속시키는 것이 법 정의를 지키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는 "경제 정책은 노태우부터 박근혜까지 모든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혜적 포퓰리즘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안 지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고 했다.

안 지사의 입장이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야권의 기본 노선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편은 무조건 옳고 저쪽은 무조건 나쁘다'는 도그마에 빠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事實)과 합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모두가 지금의 야권 분위기에서 하기 어려운 말이다. 이런 그의 소신이 관철되면 정말 시대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지금 여야에는 안 지사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정치인이 적지 않다. 대부분 50대(代)다. 유승민·김부겸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모두 적·동지 이분법과 죽기 살기 당파싸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불합리·부조리가 판을 치는 '꼴통 정치'를 끝내고 싶어 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려고 한다.

남 지사, 유 의원도 이번 주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이들 50대가 이번에 집권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들을 통해 지역주의 타파, 진보·보수 개혁, 패권주의 청산, 정부·국회 개혁, 분권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 나라의 틀을 바꾸는 변화가 이뤄졌으면 한다. 대결과 복수, 반목의 정치가 이제는 끝났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