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해직 기자들 9년 만에 복직.. MBC만 남았다
입력 2017.08.04. 20:16 수정 2017.08.04. 20:36
노사 잠정합의 .. 이사회서 곧 의결'이명박 낙하산' 구본홍 취임 뒤 해직노종면 · 조승호 · 현덕수 "촛불의 힘"
[한겨레]
봄을 막을수 있는 겨울은 없다. 2008년 해고된 노종면 · 조승호 · 현덕수 <와이티엔>(YTN) 기자가 해직 3225일, 무려 9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방송 장악과 언론인 탄압’ 신호탄이 됐던 와이티엔 이, 이제는 ‘방송 정상화’의 신호탄을 쏜다.
와이티엔 노사는 해직자 복직 노사 실무 협상단이 2017년 6월부터 7차례 회의를 거쳐 지난 2017년 8 월 2일 노사 잠정합의에 이르렀다고 4일 밝혔다. 복직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노사 각각 8일 확대간부회의와 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구성원들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합의안은 추후 이사회 의결만 거치면 곧바로 효력을 발휘한다. YTN 노사는 이달 안으로 3명 일괄복직을 완료할 계획이다.
■ 체포 · 구속 · 해고…민주화 이후 첫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까지
이명박 정권의 ‘언론 , 방송 장악’은 언론 - 방송사 이사 · 사장 등 경영자들를 상대로 한 ‘인적 장악’ 행위로 시작됐다.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은 물론, 정부 지분이 많은 <와이티엔>, <연합뉴스> 등 공영매체가 주요 대상이었다. 1993년 <연합뉴스> 자회사로 설립된 <와이티엔>은 <연합뉴스>에서 분리됐지만 주요 주주가 한전케이디엔(KDN) · 한국마사회 · 한국인삼공사 등 소위 정부 출자기관으로, 소유구조상 정부 성격이 강하다. 와이티엔 사장은 위 3개 공기업 장들이 포함된 와이티엔 이사회에서 내정한 뒤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한다.
2008년 5월29일 와이티엔 이사회는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내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노조)는 ‘낙하산 사장 구본홍’에 강하게 반발하며 YTN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지만, 같은 해 2008년 7월17일 와이티엔은 용역을 동원해 기습 주주총회를 열어 40초 만에 구본홍씨를 YTN 사장으로 선임했다. 구본홍 그는 사장 선임 뒤 와이티엔이 보도 공정성을 지키려 유지해온 ‘보도국장 추천제’를 무력화했다. 노조의 투쟁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구본홍 사측은 조합원 12명을 업무상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일부 조합원은 체포·구속까지 겪어야 했다. 나중에야 당시 총리실에서 와이티엔을 사찰하고 기자들의 체포, 사장 선임 등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쪽은 ‘해고’라는 칼도 휘둘렀다. 2008년 10월6일 노조 전 · 현직 간부인 노종면 · 현덕수 · 조승호 · 권석재 ·정유신 · 우장균 기자 6명을 해고하고, 6명 정직, 8명 감봉, 11명 경고 등 모두 33명을 징계했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발생한 언론인 대량 해직 · 징계 사태로 기록됐다. 6년여에 걸친 해고 등 징계 무효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6명의 해고 모두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3명의 해고는 부당하고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했다. 2014년 대법원도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해직자 복직’이라는 방송 정상화 과제는 이제 노사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해졌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와이티엔 회사쪽은 꿈쩍하지 않았다.
■ 방송 정상화 첫걸음도 ‘촛불시민혁명’의 힘
노종면 기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촛불, 그리고 회사 안에서 공정방송과 해직자 복직을 위해 싸워준 동료들, 이 두 축 가운데 하나라도 없었다면 복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문화방송·한국방송의 정상화 싸움에 연대하고 와이티엔을 바로 세우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촛불로 정부가 교체된 5월,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조준희 당시 사장이 임기 열달여를 남겨두고 자진사퇴했다. 6월부터 노사 간 해직자 복직 협상이 시작됐다. 류제웅 <와이티엔> 기획조정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9대 대선 전부터 물밑 협상은 시작됐다. 해직자 복직은 회사 구성원 대부분이 <와이티엔>의 미래를 위해 꼭 풀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해왔다. 다만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뒤라서, 의견 조율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와이티엔>은 기자 해직 사태 이후 꾸준히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그사이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 보도전문채널 1곳이 출범하면서 <와이티엔>의 시청률은 9위로 추락했다. 신뢰성 회복과 원활한 경영을 위해 해직자 복직 문제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와이티엔>의 결정이 다른 공영매체는 물론 <문화방송> 관련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방송>·<문화방송>·<와이티엔>의 2012년 파업과 관련한 각종 소송에서 법원은 “공정방송은 언론노동자의 중요한 근로환경”이라는 취지의 노조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문화방송>의 해직 언론인 6명도 1·2심에서 모두 부당 해고 판결을 받았으며,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태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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