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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노무현도 사랑한 서울 비경, 백석동천"

장백산-1 2017. 8. 18. 13:30

유홍준 "노무현도 사랑한 서울 비경, 백석동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7.08.18. 10:47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자랑과 사랑으로 썼죠"

- 종로 토박이 유홍준의 '서울 답사기'
- 한 도시에 5개 궁궐, 서울이 유일
- '동양의 파르테논' 종묘 가치 알려야
-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 곧 청사진 나올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수도 서울. 여러분들께 서울은 어떤 모습입니까?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서울편을 출간합니다. 문화유산 답사기와 도시 서울. 이게 뭔가 어색하다 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정말로 할 이야기가 많다고 하네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유홍준 교수와 함께 잠깐 서울 탐방을 해 보죠. 명지대 유홍준 석좌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유홍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교수님 고향이 서울이시라고요?

◆ 유홍준> 서울 종로구 창성동 130번지입니다. 청운초등학교 나오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 종로구에서 보냈습니다.

◇ 김현정> 종로 토박이시군요. 고향 이야기라서 이번 서울편, 어느 때보다 더 애정을 가지고 쓰셨을 것 같아요.

◆ 유홍준> 그런데 고향이기 전에 서울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서울이 갖고 있는 문화유산의 가치와 위상 그것을 염두에 두어서 처음에는 궁궐 이야기로 시작을 했어요. 우리나라 서울이 궁궐의 도시예요.

◇ 김현정> 궁궐의 도시요?

◆ 정청래> 궁궐이 5개가 있어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 김현정> 경희궁까지 5개. 5개면 많은 겁니까, 이게?

◆ 유홍준> 많죠. 세계 어느 도시에도 이런 경우는 없거든요.

◇ 김현정> 궁궐이 한 도시에 5개나 되는 도시가 없어요?

◆ 유홍준> 없습니다.

◇ 김현정> 중국 이런 큰 나라도 없습니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명지대 유홍준 석좌교수 (사진=창비 제공)
◆ 유홍준> 없죠, 다 떨어져 있죠. 북경에는 자금성 말고는 이화원이란 곳밖에 없죠. 그런데 교토는 정원 14개, 신사 3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묶어서 등재했어요. 그리고 중국의 쑤저우, 서주라고 하는 곳은 거기에 졸정원, 유원 등 9개의 정원을 묶어서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했어요. 그래서 교토는 사찰의 도시, 쑤저우는 정원의 도시라고 캐치프레이즈가 됐는데. 그렇다면 서울은 진작에 5대 궁궐을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를 해야 되지 않을까.

◇ 김현정> 그 정도군요. 사실은 저도 서울에 쭉 살아온 사람입니다마는 궁궐이라는 게 그렇게 소중한 건지, 5개나 있다는 게 그렇게 귀중한 가치인 건지 잘 몰랐거든요.

◆ 유홍준> 궁궐은 왕이 살던 지배층의 유산이 아니고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그 시대 문화의 정점은 궁궐 문화예요. 왕실 문화죠.

◇ 김현정> 정점은. 그 말씀은 좋은 게 다 들어가 있다?

◆ 유홍준> 그렇죠.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정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왕실 문화죠. 저는 그런 마음으로, 자랑과 사랑으로 썼습니다.

◇ 김현정> 반면에 서울 편을 쭉 정리하시면서 이건 이런 대접받을 문화유산이 아닌데 참 안타깝다 하는 건?

◆ 유홍준> 종묘가 세계 건축가들이 다 놀라는 가치를 갖고 있어요.

◇ 김현정> 그래요.

◆ 유홍준> 일본의 한 건축가가 서양에 파르테논 신전이 있으면 동양에는 서울의 종묘가 있다고 그랬어요.

◇ 김현정> 그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면 동양에는 종묘가 있다. 와.

◆ 유홍준> 그 건축가들이 그러죠. 건축으로 이와 같이 정밀한 공간을 창출한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 김현정> 그렇군요. 기적이라는 표현까지 씁니까?

◆ 유홍준> 그럼요. 저력이 있어요.

◇ 김현정> 그나저나 교수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이 처음 발간된 게 언제죠?

◆ 유홍준> 93년이요. 25년 전이죠.

◇ 김현정> 25년 됐어요, 벌써?

◆ 유홍준> 네. 처음 글 쓸 때는 40대였지만 지금은 제가 60대잖아요. 40대는 아주 팔팔거리면서 막 비판하고 그런 맛에 쓰는데 그런데 이번 책은 10권 제목이 '유주학선 무주학불'이에요. 대원군의 도장에 있는 거예요.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우겠노라 그런 거예요. 만고강산이 다 그런 허허로움.

◇ 김현정>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 유홍준> 그 대신 그렇다고 해서 맥이 없는 거는 아니고, 하는 그런 마음으로 편하게 쓰려고 했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 몇 권까지 나올까요, 책?

◆ 유홍준> 모르죠. 그건 나도. 내가 몇 살까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게 문제예요.

◇ 김현정> 선생님, 계속 쓰셔야죠.

◆ 유홍준> 아니, 아침 6시에서 11시까지 이 시각에 하는 게 다예요. 그 이상은 못 해요.

◇ 김현정> 육체적으로 좀 힘든 게 있으니까, 체력이.

◆ 유홍준> 그전에는 점심 먹고 또 하고 저녁 먹고 또 했는데. 어쨌든 중국 답사기를 쓰려고 한동안 준비해 온 게 있거든요. 그것도 조금 쓰기는 해야겠고.

◇ 김현정> 그거 생각하시면 건강 잘 지키셔야겠어요.

◆ 유홍준> 그래야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이 발간된다. 명지대 유홍준 교수 (사진=창비 출판사 제공)
◇ 김현정> 그렇죠. 지금 교수님 나오셨으니까 이거 한 가지만 좀 여쭐게요.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광화문 집무실 이전하는 것의 키를 잡고 계시잖아요.

◆ 유홍준> 키를 잡았다고 해도 하여튼 대통령이 공약을 하고 나에게 총괄 위원장을 위임을 했으니까 해야 되는데 이 일이 그냥 이사하는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정부청사로 나온다 하는 그런 이전의 문제가 간단한 게 아니고. 이 광화문광장과 함께 전체 문화를 어떻게 하느냐 하려면, 7개 부처가 함께 이루어져야 돼요.

◇ 김현정> 그런 작업입니까?

◆ 유홍준> 행자부, 국토부, 문화재청, 경호실, 경찰청. 전부 다 합의가 돼야 되는데 다음 주 중에는 아마 일의 범위와 모든 방향이 얘기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아니면 최소한도 이달 말은, 이달은 넘기지 않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뭐 이런저런 얘기들도 나오고 뭐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이런 논란도 좀 있습니다마는 분명히 2019년에 이전하는 것만은 분명합니까?

◆ 유홍준> 분명하죠. 그건 틀림없는 거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온 거는 다 추측이고 명확한 건, 현재까지 정해진 건 없고 분명하게 이전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달 말, 내년까지는 아마...

◇ 김현정> 계획표가 나오겠다.

◆ 유홍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전체 청사진을 제시를 할 것이다.

◇ 김현정> 좀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 유홍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옮겨야죠.

◇ 김현정> 높이기 위해 옮기는 거다, 오히려.

◆ 유홍준> 그렇게 따지느라고 시간이 걸리는 거죠.

◇ 김현정> 선생님, 뭐 서울 이야기 오늘 많이 했는데 지금 전국 청취자들이 다 듣고 계세요.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가을이 왔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선선합니다. 이 가을에 여기는 한번 꼭 가보셔라 추천해 주실 만한 곳이 있다면 끝으로.

◆ 유홍준> 기왕에 서울 왔으니까 서울 얘기를 하면 이번에 두 번째 책에서 창의문, 자하문 밖에 백석동천이라고 하는 곳을 소개를 했는데.

◇ 김현정> 백석동천이요?

◆ 유홍준> 백석동천. 거기가 창의문 바깥 왼쪽으로 가면 석파정 있잖아요. 그거의 맞은편 산자락에 아주 유명한 별장이 하나 있었는데. 여기가 30년대까지 있다가 폐허가 됐어요. 그리고 난 다음에 청와대 경호실로 구역이 돼서 그냥 묻혀 있었죠. 그랬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당해서 6개월 동안 청와대에 유폐돼 있었잖아요.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밖에 나갈 수도 없고, 맨날 책만 볼 수도 없고 해서 청와대 여기저기 다니다가. 희한한 곳을 보고, 문화재청장 된 다음에 저보고 여기 어떤 곳이냐고(물었죠). 저도 몰라서 조사를 했더니 아주 허 도사라는 거필이라는 분이 살다가 나중에는 추사 김정희까지 별장으로 갖고 있던 곳이 폐허로 남아 있는데. 주춧돌하고 연못의 정자기둥만 남았는데 야, 서울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흴 백(白)에 돌 석(石)이고 동천이라고 하는 건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죠.

백석동천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런 의미로 백석동천. 알겠습니다, 여기까지만 일단 설명해 주시고요. 나머지는 여러분, 찾아서 가시면 되겠습니다.

◆ 유홍준> 꼭 가보세요. 우선 김현정 앵커가 가보세요.

◇ 김현정> 저도 당장 가봐야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감탄했고 유홍준 교수도 추천할 만한 곳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될 만한 곳이죠.

◆ 유홍준> 정호승 시인이 마음이 울적하거든 폐사지로 가라고 했는데 마음이 고적하시거든 이 폐사지가 아니라 그 그윽한 신선이 살던 동천으로, 백석동천으로 한번 가보십시오. 절대로 실망 안 하실 겁니다.

◇ 김현정> 가을바람 맞으면서 저도 꼭 한번 가보겠습니다. 오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깐 서울 탐방 아주 알차게 했고요. 선생님, 건강 잘 지키셔서 전국지도 빠짐없이 다 그려주셔야 돼요.

◆ 유홍준> 네. 노력할게요.

◇ 김현정> 노력해 주십시오. 오늘 고맙습니다.

◆ 유홍준> 네, 반가웠습니다.

◇ 김현정> 명지대학교 유홍준 석좌교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 편으로 돌아온 유홍준 저자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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