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그네정권의 방송통신 장악음모

MB국정원, SBS에도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압박

장백산-1 2017. 9. 19. 07:25

MB국정원, SBS에도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압박

입력 2017.09.19. 05:06



광우병쇠고기 비판글 배우 김민선
광화문 집회 사회 본 배우 권해효
드라마국장 등에 출연배제 요청
케이블 '엠넷'에는 김제동쇼 제동

MBC · KBS 압력정황 추가로 확인
"'아마존의 눈물' 방송대상 주지말라"
'환상의 짝꿍' 압력에 석달뒤 폐지
좌파낙인 피디 지방전보 요청도

[한겨레]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에 이어 <에스비에스>(SBS)까지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 등을 ‘좌파’로 낙인찍어 활동을 못 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의 ‘구체적 지침’은 대부분 고스란히 현실화됐고,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들은 사실상 정상적인 방송 활동이 불가능했다.

2017년 9월 18일 <한겨레>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취재한 결과,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티에프(TF)’는 에스비에스SBS에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든 연예인의 활동 배제를 요청했다. 2010년 3월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티에프는 에스비에스(SBS) 쪽에 ‘배우 김민선씨의 출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고를 수뇌부에 했다. 2010년 3월 당시 이명박 정부 국정원 티에프는 “허○○ 드라마국장과 김○○ 총괄기획 시피(CP)가 캐스팅 배제를 약속했다”는 조처 결과를 윗선에 보고했다. 김민선씨는 2008년 5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는 글을 올린 뒤 이명박 정권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때 사회를 본 권해효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 1월 이명박 정부 국정원티에프는 SBS “허○○ 드라마국장과 김○○ 총괄기획 시피를 통해 드라마 <제중원> 배역 축소와 새로운 드라마 편성 시 사전 배제를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국정원 개혁위는 지난 2017년 9월 11일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이 ‘좌파 연예인 대응 티에프’를 만들어 정부 비판 연예인을 프로그램에서 배제 · 퇴출하고 소속사 세무조사 등을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케이블방송 <엠넷>에도 압력을 행사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티에프는 2010년 “엠넷에 김제동쇼 방영 연기를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김제동씨의 소속사는 그해 2010년 6월 “지난 4월21일 첫 녹화를 마친 김제동쇼가 5월6일 첫 방송 될 예정이었지만, 김제동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계속 미뤄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제동씨는 자진하차했다.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에 대한 추가 압력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과 ‘한국방송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을 작성(<한겨레> 9월18일치 1·3면)한 데 이어 비슷한 시기인 2010년 3월 “<아마존의 눈물>을 제작한 문화방송의 정성후 시피와 김진만 피디가 좌편향”이라며 ‘2010년 방송대상’ 수상작에서 탈락시킬 것을 요청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 왜곡 의혹 등을 제기해 2010년에는 탈락했으나, 이듬해인 ‘2011년 방송대상’을 받았다. 김제동씨가 진행하는 문화방송의 <환상의 짝꿍>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2010년 4월 폐지를 요청한 지 3개월 뒤 2010년 8월에 실제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같은 해 2010년 4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좌파’라는 이유로 한국방송 민일홍, 김영한 피디 등 5명의 지방 전보 조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민일홍 피디는 지방으로, 김영한 피디는 편성본부로 전보됐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인사 · 심사 개입 등 또 다른 불법 활동도 파악됐다. 2010년 1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력 차기 위원장 후보인 차아무개씨가 참여정부 대표 좌파 영화제작자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배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노근리 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지원 심사목록에서 제외되도록 개입하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