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황과 주변국및 세계 정세

시진핑의 라이벌에서 신하로 .. 중국 정치천재 리커창의 몰락

장백산-1 2018. 3. 20. 22:11

[뒤끝작렬] 

시진핑의 라이벌에서 신하로 ..

중국 정치천재 리커창의 몰락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입력 2018.03.20. 19:09 수정 2018.03.20. 20:27



총리를 정점으로 한 국무원 조직 배제하고 시진핑 직계 참모조직 영도소조 전면에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공산당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절대권력을 완성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반대로 한 때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추락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 집권1기 까지만 해도 ‘무늬만 2인자’라는 비아냥 섞인 농담을 들었어야 했을 정도였지만 지난 해 19차 당대회부터 올해 전인대를 거치면서는 ‘2인자’라는 타이틀조차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행정부인 국무원을 책임지는 총리는 대대로 국가주석 못지 않은 권한을 자랑했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시절 주룽지(朱鎔基) 총리를 시작으로 중국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 온 장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2기 들어 경제분야에서마저 리 총리가 발을 붙일 공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직접 경제를 챙기며 이른바 ‘시코노믹스’를 구상해 온 시 주석이 이번 전인대를 통해 중학교 동창이자 자신의 경제 브레인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 판공실 주임을 '실세' 부총리로 올리면서 사실상 경제분야를 전담토록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해 은퇴했던 왕치산(王岐山) 전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리 총리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1기 반부패 전쟁을 진두지휘한 왕 부주석이 사실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통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의 내·외 언론들이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외교 총책으로서 미중 무역관계를 책임지고, 류허 부총리가 재경·금융 사령탑으로 경제전략 수립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리 총리의 존재감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이번 전인대에서 이뤄진 국가기관 개편을 통해 시 주석의 참모조직인 영도소조들이 전면에 나서고 총리 산하 국무원은 단순 집행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처지다.

중국 정치계에서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리 총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일 수 있다. 리 총리는 1993년 38살의 나이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에 임명되는가 하면 역대 최연소 성장을 역임하는 등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 중국 정계 기록을 갈아치우는 정치권의 젊은 스타였다.

하지만 2007년 제17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권력서열 7위로 시 주석보다 한 단계 밑으로 내려 앉은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리 총리는 지난해 공산당 규정 개정으로 다른 상무위원들과 함께 1년에 한 차례씩 시 주석에게 서면 업무보고를 하는 관계로 격하됐고 올해 전인대에서는 시 주석의 결재 승인을 받고서야 총리에 재선임될 수 있었다. 리 총리는 이미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고, 올 전인대 업무보고에서도 ‘시진핑 동지를 당핵심으로 하는’이란 미사여구를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리 총리의 몰락은 공산당 내에서 공청단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친이즈(秦宜智) 전 공청단 제1서기가 지난해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부국장으로 좌천 된 이후 중국 정치권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불렸던 공청단 제1서기는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공청단 조직 자체가 와해 상태로 몰리고 있다.

공청단 출신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 부주석은 7상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에 해당되지 않는 67세의 나이임에도 19차 당대회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지난 해까지 유력한 포스트 시진핑으로 여겨졌던 후춘화(胡春華·54) 전 광둥성 서기는 이번 인사에서 부총리에 올라서며 한숨을 돌렸지만 시 주석이 사실상 장기집권 체제로 들어서면서 앞날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gabobo@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