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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냉전.. 미국 러시아 대치 속 뒤늦게 뛰어드는 중국

장백산-1 2018. 1. 29. 02:04

북극 냉전.. 미국 러시아 대치 속 뒤늦게 뛰어드는 중국

인현우 입력 2018.01.28. 17:50 수정 2018.01.28. 20:21



美 매티스 “핵심 전략지형” 지목

투자 확대 더불어 나토와도 협력

러시아, 지난해 300회 군사훈련

中은 ‘빙상 실크로드’ 주장 나서


그림 1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11월 정박중인 쇄빙선 쉐룽호를 찾아 극지탐사대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신화통신

지구 최북단, 연중 거대 빙산으로 뒤덮인 북극을 놓고 ‘글로벌 3대 파워’의 각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이 잇따라 신형 미사일과 잠수함을 배치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마저 뒤늦게 북극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2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ㆍ러 대치가 심화하면서 두 나라가 경쟁적으로 최신예 전력을 북극권에 배치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전략핵전력의 핵심인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의 주요 주둔지로 북극을 선택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아예 북극사령부를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북극지역 작전을 위한 4개 특수부대를 창설했다. 북극해 전역에 활주로 14개와 항구 16곳, 쇄빙선 40척을 확보했으며 크루즈ㆍ대함미사일 발사 훈련 213회를 포함해 지난해에만 300회 이상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에서도 ‘북극을 방치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전력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미 해군이 북극해에 배치한 쇄빙선은 2척인데 그나마 1척은 너무 낡아 운용이 불가능하다. 알래스카 북부에 배치된 소수의 해안경비대 외엔 별다른 군사시설도 없다. 이에 따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극을 핵심 전략지형으로 지목하고, 국방부도 의회에 적극적인 북극 투자를 요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도 지난해 11월 대서양사령부의 작전 반경을 북극해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은 뒤늦게 ‘빙상 실크로드’를 주창하며 가세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6일 사상 최초로 ‘북극정책 백서’를 발간했다. 북극을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범위에 포함시켜 자원 개발과 항로 개척에 적극 나설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은 “북극 문제는 이미 북극권의 개별 국가간 문제나 지역현안 범주를 넘어 북극 역외국가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전체 이익에도 관련되는 사안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림 2 북극항로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도. 북미와 북극 사이의 북서항로와 아시아ㆍ북극사이의 북동항로 모두 글로벌 물류의 핵심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 주장은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한 수순에 따른 것이다. 북극에선 미국ㆍ러시아와 군사 패권을 겨룰 만한 실력이 없는 만큼 철저히 경제분야에 맞춰 접근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세계 최대규모 천연가스 개발 사업인 시베리아 북서부 야말유전 개발에 참여해 사업비 270억달러(약 28조8,000억원)의 절반을 차관형식으로 제공했다. 게다가 이 천연가스를 북극항로로 들여오기 위해 필요한 선박도 건조 중이다.

지구에서 힘이 센 순서로 상위 3개국이 모두 북극에 달려든 건 이 지역이 ‘글로벌 전략’에서 놓칠 수 없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극은 미개발 상태이지만 자원의 보고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각각 전 세계 매장량의 25%, 45%로 추정되고 니켈ㆍ아연 등 다른 광물자원의 매장량도 상당하다. 원양어업 기술의 발달로 2~3년 내에 북극연안에서 전 세계 어획량의 37%가 확보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구온난화와 쇄빙선의 기능 개선으로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급부상했다. 과거에는 북극해 전역이 빙산으로 막혔지만, 기후변화와 항해기술의 발달로 유럽과 미국, 동아시아 경제선진국을 최단 경로에 연결시키는 항로가 생겨나고 있다. 공산품과 원유 등을 북극항로로 실어 나르면 태평양과 인도양을 거칠 때보다 물류비용이 대폭 줄어 든다.

미ㆍ중ㆍ러가 북극에 대한 관심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북극 문제를 관할하던 기존 국제협의체의 운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북극 문제는 북극권에 영토가 있는 8개 회원국과 한국을 포함한 13개 참관국, 6개 지역주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북극이사회에서 논의해 왔다. 북극이사회는 모든 나라의 진출을 허용하면서도 인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인정함으로써 이견을 조정하고 협력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북극에서 3,000㎞나 떨어져 있는 중국의 가세로 북극해에 대한 실효적 지배 효과를 선점하려는 미ㆍ중ㆍ러 3강의 경쟁이 본격화하면 환경파괴가 가속화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