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세월호 생존자가 말하는 ‘박근혜의 거짓말’

장백산-1 2018. 4. 9. 09:10

민중의 소리



세월호 참사 후 4번째 봄이 다가옵니다. ‘눈물의 팽목항’, ‘광장의 노란 리본 물결’, ‘물 위로 올라온 찢겨진 선체’··· 지난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은 ‘분노’와 ‘눈물’, ‘기다림’, ‘약속’과 ‘다짐’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조각을 모아 ‘세월호 4년, 다시 봄’이란 이야기로 묶어봅니다.

[① |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의 증언]
[② | 팽목항을 지키는 사람들]
[③ | 유족에게 보내는 편지]
[④ | 세월호, 진실을 세우다]
[⑤ | 안산의 봄]
[⑥ | ‘4.16세대’의 약속]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42) 씨에게 2014년 4월16일 아침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회사 출장 차 제주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아이들과 나눴던 이야기, 침몰하는 세월호를 바라봐야만 했던 순간··· 잊으려 발버둥 칠 때마다 그날의 기억은 더 생생해진다.

304명의 생명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던 순간에 대통령은 침실에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국민을 구하지 않았다. 그때의 진실을 감추려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는 상황이 이어졌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가슴 속에 울분과 상처만이 가득 찼다. 그렇게 잊기 힘든 ‘4번째 봄’이 다시 오고 있었다.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 김성묵 씨를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만났다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 김성묵 씨를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만났다ⓒ민중의소리

‘세월호 4주기’를 앞둔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일반인 생존자 김성묵 씨를 만났다. 그는 참사 당시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와 함께 아이들을 구조하다가 마지막으로 배를 탈출한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다. 그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피해자들과 국민에게 했던 거짓말을 조명해봤다.

침몰 당일 “단 한명 인명피해도 없게 하라”

김성묵 씨는 지난달 28일 검찰의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 발표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보고를 받고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 된 순간이었다.

“그 시간에 아무것도 안 했다는 상황이 더 미치겠습니다. 배 안의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순간에 대통령이란 사람이 침실에 있었다는 게 이해가 됩니까? 애들은 구하러 올 거라 믿고 배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락도 두절된 상태에서 침실에 있었다니요.”

김씨는 참사 당일 정부와 해경은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생존 학생들도 말하지만, 아무도 구조되지 않았습니다. 제 발로 탈출한 겁니다. 출동한 구조대는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고, 사람을 구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겁니다”

참사 다음 날 진도체육관 “최선 다해 구조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다음날인 2014년 4월17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다음날인 2014년 4월17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기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사 다음 날인 2014년 4월17일 오후 4시25분께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참사 발생 3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진도체육관은 실종자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수백명의 피해 가족들의 대기 장소였다.

가족들 앞에선 박 전 대통령은 “정부는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현재도 최선을 다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할 것이다.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엄벌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생존자 김성묵 씨는 “그때 박근혜의 말은 변명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1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정부와 해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종자를 구조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정부는 500명 이상의 잠수사를 투입해 구조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구조 활동을 하던 인력이 아니라 동원된 잠수사의 숫자였어요. 대통령은 가족과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했고, 쇼를 하며 ‘골든타임’을 허비했습니다. 지금까지 김경일 123정장을 제외하고 청와대 관계자와 해경 지휘부 중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요.”

참사 발생 한달 대국민담화, 대통령의 눈물

지난 2014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던 박근혜 대통령.
지난 2014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던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김성묵 씨가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대국민담화다. 대통령 담화는 참사 발생 한달이 지난 2014년 5월19일 발표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갑자기 ‘해경 해체’를 발표했다. 아울러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안전처’ 신설 계획을 밝혔다. 대국민담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흘린 가짜 눈물은 모든 언론에 집중 조명됐다.

병원에 있던 김씨는 뒤늦게 대통령의 담화를 봤고,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때는 정부가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었어요. 대통령의 말투, 눈물 모두가 거짓 같았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분을 만난다면 그때 정말 슬펐는지를 묻고 싶어요.”

김씨는 담화에 대해 “엉망이었던 정부 시스템에 대한 반성보다는 참사의 책임을 해경과 청해진해운 등으로 돌리려는 핑계 같았다”고 비판했다.

참사 1년 후 “‘대통령의 7시간’은 정치공작”

세월호 참사가 발행한 그해 여름 유가족들은 곡기를 끊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과 국회, 청와대 인근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언제든 대화하겠다’는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시민 500만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고, 그해 11월 19일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법을 근거로 다음 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출범했지만, 진상규명 활동이 순탄치 않았다. ‘대통령의 7시간’ 등 진상 조사를 막기 위해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추천 특조위원들의 조직적인 조사 방해가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은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지나친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특조위는 조사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2016년 9월 정부에 의해 사실상 강제 해산됐다.

김성묵 씨는 이런 과정을 설명하며 “정권이 너무 악랄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당시 정부·여당은 ‘대통령의 7시간’ 조사를 막으려고 온갖 방해 공작을 펼쳤고, 세월호가 ‘세금 도둑’이라는 여론을 퍼뜨렸다. 정부·여당과 언론이 하나돼 피해자들을 봉쇄·탄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참사 발생 3년, 찢겨져 올라온 세월호

지난 2017년 3월24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인양작업에서 수면 위 12미터 높이까지 올려진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24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인양작업에서 수면 위 12미터 높이까지 올려진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정의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발표 후 시작된 선체 인양 과정은 ‘문제의 연속’이었다. 인양 업체 선정부터 인양 방법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거듭 인양 방법이 변경되면서 100여개의 천공(구멍)이 뚫리는 등 선체 훼손이 심해졌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정권이 일부로 인양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근혜가 내려오니 세월호가 올라왔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직후인 2017년 3월22일 오전 해양수산부는 선체 시험인양을 발표했고, 다음날 오전 세월호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참사 발생 1072일만이다.

김성묵 씨도 당시 목포와 진도에서 선체 인양 상황을 지켜봤다. 그는 “올라오는 세월호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속전속결로 진행된 인양이 왜 3년이나 걸렸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피해자들에게 너무 긴 기다림이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인양을 미루고, 진실을 감추기 위해 선체를 훼손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어요. 인양 비용을 문제 삼던 정부·여당은 어쩌면 세월호가 물속에 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노란 리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노란 리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김철수 기자

김씨는 “현재까지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거짓말보다 앞으로 밝혀질 거짓말이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위해 현재 활동 중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2기 특조위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지난 4년은 너무 길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매 주기 때마다 ‘아무것도 밝혀낸 게 없다’는 자책감에 눈물을 흘려야 했어요. 거짓말을 반복하며 세월호 가족들을 농락했던 박근혜가 감옥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진상규명을 방해했던 해수부 간부들, 황전원(2기 특조위원)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적폐청산이 필요합니다. 모든 국민이 알고 싶은 ‘그 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