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기무사령부가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침몰 원인이 밝혀지면, 정부에 대한 비난 증가가 우려된다고 문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기무사는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6월 3일, 작성한 문서에서 침몰 원인으로 선체 하부의 긁힘과 파공 등을 언급하면서, 훼손 부분이 식별될 시 정부 비난 증가가 우려된다고 밝혀 침몰 원인 은폐 논란에도 휩싸일 전망이다.
본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국회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기무사는 2014년 6월 3일, ‘세월호 최근 상황 관련 海,장병 제언’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세월호 인양 이후 예상 논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세월호) 인양이 완료될 시, 각종 논란 재점화로 정부 비난 증가가 우려된다”면서 그 이유로 ‘탑승 인원’과 ‘구조 지연’, 그리고 ‘침몰 원인’을 언급했다.
그런데 기무사는 ‘침몰 원인’ 부분에 관해 “선체 하부의 긁힘과 파공 등 훼손 부분(이) 식별 시”라고 적시했다. 즉 훼손 부분이 인양되어 식별돼 침몰 원인이 밝혀지면, 정부에 대한 비난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무사가 이 문서를 작성한 2014년 6월 3일은 당시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참사 원인에 관해 ‘과적’, ‘조타 미숙’, ‘고박 불량’ 등을 공식 원인으로 발표했다. 또 운항에 관여한 청해진 관계자들을 대규모로 구속해 기소한 시기이다.
따라서 당시 대부분의 국민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과적 불량 등으로 여기고 운항사인 청해진해운과 ‘구원파’ 등에 모든 비난이 집중하던 때이다. 또 세월호가 순식간에 침몰해 당시에는 어떠한 긁힘이나 파공 등 훼손 부분이 있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시기에 기무사는 “해군본부 및 구조장병 의견을 중심으로” 작성했다는 문서에서 침몰 원인이 밝혀지면, 정부 비난이 증가한다고 우려하면서, 또 그 침몰 원인에 관해서도 ‘긁힘’, ‘파공’, ‘훼손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과적’, ‘조타 미숙’, ‘고박 불량’ 등이 원인이라더니
기무사 문건엔 선체 하부의 ‘긁힘’, ‘파공’ 언급하며 우려
이에 관해 전 세월호 특조위에서 조사관을 역임했던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문서”라며 “당시 박근혜정부는 과적 등으로 침몰 원인을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왜 군에서 침몰 원인이 밝혀지면, 정부 비난이 우려된다고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우려를 할 필요가 뭐가 있었겠느냐”면서 “당시 군 내부에서 (침몰 원인에 관해) 무언가를 알고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우려에 이런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마저 든다”면서 “이러한 문서를 작성한 이유가 무엇인지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의 한 관계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체 어떻게, 왜 작성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서”라면서 “현재는 특별수사단의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훼손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있다는 지적에는 “해당 문서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선뜻 봐서는 훼손 부분이 들키면 곤란하다는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세월호 침몰 원인이 밝혀지는 것이 왜 정부에 대한 비난이 증가하는 것인가’라는 지적에는 “그래서 더욱 이해가 안 되는 문서이고 작성자만이 그 이유를 알 것”이라면서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