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모든 시간은 정지되었다. 일상이 사라졌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만나도 경계부터 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마주 앉아 팥빙수를 겁 없이 떠먹던 날이 그립다.
가슴을 끌어안고 우정을 나누던 날이 또다시 올 수 있을까? 한숨이 깊어진다.
비로소 나는 일상의 생활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그래서 기도한다. 속히 일상생활이라는 기적과 함께 기적의 주인공으로 사는 일상을 달라고.
나는 배웠다. 마스크를 써 본 뒤에야 지난날의 내가 내뱉은 말이 소란스러웠음을 알고 침묵을
- 배웠다. 또다시 찾아올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환경 지킴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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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웠다 ‘살아있는 침묵’을 스스로 가지지 못한 사람은
몰락과 죽음을 통해서만 ‘죽음으로 침묵’ 하게 된다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정치인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성직자도 아니었다. 소식을 듣자 대구로 달려간 신혼 1년 차 간호사가 가슴을 울렸다.
잠들 곳이 없어 장례식장에서 잠든다는 간호(천)사들의 말에 한없이 부끄러웠다.
따뜻한 더치커피를 캔에 담아 전달하는 손길들을 보며 살맛 나는 세상임을 느꼈다.
이마에 깊이 팬 고글 자국 위에 밴드를 붙이며 싱긋 웃는 웃음이 희망 백신이었다.
나는 배웠다. 작은 돌쩌귀가 문을움직이듯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저들의 살아있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죽음이 영원히 나와는 관계없 는 3인칭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언젠가 내게도 닥칠 수 있는, 그래서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죽음인 것을 배웠다.
인간이 쌓은 천만의 도성도 바벨탑이 무너지듯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미생물의 침투에 너무도 쉽게 쓰러질 수 있는 존재인 것을 배웠다.
그런데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악다구니를 퍼붓고 살았으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를 배웠다.
-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스케치북 한쪽에 적은 글이란다.
87세 때 일이다. 내 나이 겨우 60을 넘겼다. 그래,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야 한다.
잘 살기 위해 배워야 한다.
“안코라 임파로! (Ancora imparo!)”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있다.
글 / 송길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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