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단상 - 몽지
바이러스는 DNA나 RNA 유전체를 가지고 있으며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는 단세포 구조이다. 바이러스가
생존하고 번식하려면 반드시 숙주가 필요하다. 세포는 기존의 세포에서 스스로 복제되는 데 반해서,
바이러스는 숙주에 감염된 후에 숙주의 복제 시스템을 활용하여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복제하고 증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숙주가 없는 상태에서의 바이러스는 스스로 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히 단백질과 핵산의
덩어리인 무생물(無生物) 상태로 존재한다. 동물, 식물, 박테리아 등 거의 모든 생명체에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가 존재하며, 에이즈(AIDS), 독감, 간염, 자궁경부암, 메르스, 식중독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런 엄청난 위해를 거의 모든 생명체에 가할 수 있는 바이러스이지만, 숙주가 없으면 아무런 위해를
가할 수 없는 것이 바이러스의 현실이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대유행하고 있다.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돌연변이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숙주인 사람의 몸과 몸 사이를 옮아
다니면서 증식하고 복제하고 퍼뜨리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기침을 하고 인후통을 느끼며, 고열에 시달리다가 심한 독감
처럼 앓다가 이겨내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기저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은 바이러스를 이겨
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경우에도 서로를 경계하며 조심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멀리하고 피하고 스스로 자기
격리를 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고 멀리한다.
엄혹한 시절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오랜 수형생활을 했던 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좁은 감방에서 여럿이 생활할 때 여름만 되면 사람들이 몹시도 싫었다고. 사람 가까이 가면 그 사람의
온기와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못 견뎠다고 한다.
지금도 그와 다르지 않다. 가장 무서운 존재가 강아지도, 길 잃은 고양이도, 무심히 앉아있는 바위도,
구름도 아닌 바로 사람이다. 만나는 사람이 혹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코로나19는 감염이 되었어도 일주일 이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스로 감염된 줄 모르고 돌아다니게 되고, 감염되었더라도 큰 불편함이 없기에
돌아다니는 것을 꺼려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바이러스가 두렵다. 아니 바이러스의 숙주인
사람이 몹시도 두렵다.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분별심(分別心)과 닮은 점이 너무 많다.
사람들은 평소 분별심을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분별심이 큰 장애를 느끼기 전까지는
분별심이 일키는 위해를 잘 모른다. 분별심은 청정한 마음바탕에서 일어나는 마음이기에 이것이청정한
마음바탕이 없으면 분별심은 있을 수 없으며, 더더군다나 장애를 일으킬 수도 없다.
분별심은 본래마음, 청정한 마음바탕에서 분별하는 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본래마음은 아무런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없이 인연을 따라 온갖 분별경계, 현상세계를 일으킨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본래마음 하나에서의 일이지만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존재와 다양한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생각, 느낌, 감각, 의지, 욕구, 인식도 본래는 본래마음 하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에
어두우면 생각, 느낌, 감각, 의지, 욕구, 인식의 내용에 사로잡혀 세상을 모양 따라 조각조각 내며,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이 마음의 분별하는 작용에 속는 것이 분별심(分別心)이다. 스스로가 스스로가 꾼 꿈에 구속받는
것이 분별심(分別心)이다. 이 세상 모든 현상으로 일어나는 모든 경험이 진정 하나의 일, 바로 지금
여기 이순간 이자리, 즉 본래마음, 텅~빈 바탕자리 자체라는 것을 밝게 본다면 더 이상 분별심에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분별심은 힘을 잃고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꿈 허깨비 같은 이
세상을 분별은 하면서 살되 그같은 분별에 얽매여 구속당하지 않고 자유인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분별을 하는 기능은 하지만, 분별심의 실재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바이러스라는 말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바이러스를 멀리해야 하고, 피해야 하고, 극복해
야만 할 대상으로 여긴다. 몸의 입장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바이러스를 감당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육체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고전할 것이다. 컨디션에 따라 어떻게 될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떠나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이 사실 앞에서 나는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사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그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바이러스조차도 부처(佛), 도(道), 진리,
법(法), 본래마음이라는 사실이다. 바이러스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바이러스는 몸의
입장에서는 배제하고 경계하고 타협해야 할 대상이지만, 모든 존재의 본질의 입장에서는 내 몸과 바이
러스가 다 부처(佛)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이렇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스스로의 분별심(分別心)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지금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게릴라처럼 내 몸을 덮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물이 부처라는 사실을 나는 부정할 수 없다. 내 몸이 어떻게 영향을 받든 이 세상
모든 것이 부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사람을 사랑하고, 인간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존중
한다. 그러나 그런 가치가 아닌 가치와 결과일지라도, 개인의 입장에서 최악의 결과일지라도 마음 밖의
일이 아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본래 마음이 지어내는 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란 말
인가. 부정할 수 없는 마음으로 손을 씻는다. 부정할 수 없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쓴다. 부정할 수 없음
을 인정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주하니 마음이 저절로 담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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