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광식의 세상 속 경전읽기
지혜(智慧)는 제법(諸法)의 체계적인 관조
오온개공(五蘊皆空)
제법(諸法ㆍdharma)이란 ‘우주에 있는 유형ㆍ무형의 모든 현상과 모든 사물’을 말한다. 우리는 제법을 나와 동일시(同一視)하는 오랜동안 익혀온 습관에 따라 자신의 경험을 ‘나’ 또는 ‘나의 것’이라는 용어와 결부해왔다. 제법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제법을’ 볼 수 있는 것이 반야지혜(般若智慧)이다.
불교도에게 ‘지혜[반야(般若)]’는 ‘제법(諸法)’의 체계적인 관조(觀照)이다. 이는 붓다고사(Buddhaghosa)의 공식적이고 학술적인 용어 정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지혜는 제법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보는 특성이 있다. 지혜의 특성은 제법의 본성을 뒤덮은 무명의 어둠을 거둬내는 기능이 있다. 지혜는 아견(我見, 내가 있다는 견해)이라는 미망(迷妄)을 벗어난 상태이다. ‘선정에 든 자는 제법의 실제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볼 줄 안다’고 경전에 쓰여 있다. 선정으로 인해 지혜(반야)가 드러난다.” 〈Edward Conze의 Buddihsm Its Essence and Development p105에서 번역〉
아비달마 논서에서는 ‘나’ 또는 ‘나의 것’이라는 표현을 전혀 쓰지 않고, 무아적[無我的, 비개아적(非個我的)]인 제법들만의 상호작용으로, 우리의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구축한 것이 큰 장점이다. 제법의 체계를 적용할 때 ‘나’는 오온(五蘊, 色受想行識)의 다섯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나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 내가 기대고 있는 모든 것은 이 오온 중의 어딘가에 속한다. ‘나[개아(個我)]’가 존재한다는 잘못된 믿음은, 오온 위에 ‘나(자신)’라는 가아(假我, 가짜 나)를 지어냄으로써 일어난다. 우리의 실제 경험에 가아가 끼어드는 것이다.
치통(齒痛)의 예를 들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나에게 치통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같은 말은 무아(無我)를 모르는 세속의 문법으로 말한 것이다. 제법(諸法) 에는 ‘나’도 ‘치통’도 ‘있다’도 들어있지 않다. 아비달마에서는 ‘개아에 관련된’ 표현들이 ‘개아에 관련되지 않은’ 표현들로 대치된다. 우리들 문법으로 ‘나에게 치통이 있다’라는 표현은 제법의 체계에서 비개아적 문법으로는 “1) 여기 물질(色)로서 치아라는 형체가 있다. 2) 고통스러운 ‘느낌(受)’이 있다. 3) 치아를 보고, 만지고, 괴롭다고 느끼는 ‘지각(想)’이 있다. 4) ‘의지적 반응(行)’의 형태로, 고통에 대한 ‘두려움’, 건강에 대한 ‘바람’ 등이 있다. 5)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리는 ‘의식(識)’이 있다.”라는 오온(五蘊, 色受想行識)으로 분석된다.
제법을 오온으로 나눌 수도 있지만, 제법을 더 자세히 나눌 수도 있다.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는 5위75법(五位七十五法), 유식학파(唯識學派)에서는 5위100법(五位百法) 등으로, 제법을 다섯 가지 큰 범주에 75가지나 100가지의 작은 범주로 나누었다. 유위법(有爲法ㆍ인연생멸에 따른 법) 4종과, 무위법(無爲法ㆍ인연생멸을 여읜 법) 1종을 합해 5위(五位)라 하고, 유위법 4종은 심법(心法ㆍ마음), 심소유법[心所有法ㆍ마음의 부수(附隨)작용], 색법(色法ㆍ물질), 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ㆍ감각되지도 않고 마음과 함께 일어나지도 않는 것. 이를테면, 현상들 사이의 관계, 작용, 성질, 세력, 명칭 등)이다.
가아(假我)도 실제 경험의 일부라고 항변한다면, 가아는 식온(識蘊)에 속한다고 할 수 있고, 심소유법 아래 근본번뇌(根本煩惱ㆍ貪, 瞋, 痴, 慢, 疑, 惡見) 중의 악견(惡見: 身見, 邊見, 見取見, 戒禁取見, 邪見) 중의 하나인 신견(身見ㆍ자아가 있다는 그릇된 믿음)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오온개공(五蘊皆空)’은 곧 제법개공(諸法皆空)으로서, 오온이 가화합한 ‘나’도 없는 무아(無我)일 뿐 아니라 ‘나’나 우주를 구성한 요소들인 제법도 모두 공(空)하다는 아공법공(我空法空)의 도리이고, 이를 실제 ‘있는 그대로’ 꿰뚫어보는 것이 반야지혜(般若智慧)이다.
출처;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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