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동지(冬至)

장백산-1 2020. 12. 19. 16:29

동지(冬至)

동지(冬至)가 무엇입니까? 음의 기운(陰氣)과 양의 기운(陽氣)도 적당히 균형이 맞아야지, 양기가 음기보다 많거나 음기가 양기보다 많거나 하면 안 됩니다. 봄날에 양기(陽氣)가 적당해야 만물이 다시 소생할 수 있지, 봄날에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린다면 만물이 나오다가도 쑥 들어가고 다 죽습니다. 음양(陰陽)의 기운과 오행(金木水火土)의 기운이 만물에 깃들어 있는 여러 가지 에너지(energy)와 질량(質量)의 본질, 바탕인데, 그게 인연법(因緣法)입니다. 그 인연법으로 음양오행의 기운이 서로 잘 만나서 적당히 잘 타고난 사람은 이생에 사는데 아무 탈이 없습니다. 그런데, 전생부터 여러분이 잘못 지어놓은 것은 뭐냐? 만물이 마음일 뿐입니다. 일체가 인연법이라는 것이 근본은 아닙니다. 일체 인연법을 굴리고 움직이고 써서 창조하는 것은 ‘마음’입니다.

부처같은 마음을 써서 행동에 옮겨서 많이 지어놓은 사람은 그 부처같은 마음에 의해서 이 우주 법계에 있는 좋은 기운이 모여 만들어져서 이 몸이 태어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걱정이 없습니다. 스님이 주장자를 들고 “알겠어?” 하면 척 알아버립니다. 또, 번거롭게 주장자를 들어 보일 것 없이 안 들어보여도 다 압니다. 미둔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박복한 중생들은 전생에 전부 마음을 잘못써 가지고 우주의 나쁜 기운이 유유상종으로 거기 인연이 돼서 따라오는 것입니다. 참 희한하지요. 마음 하나 잘못 쓰면 그냥 그 잘못된 마음 하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잘못 쓴 마음 하나에 모든 만물에 깃들어있는 좋지 못한 기운이 얼른 따라옵니다. 그래서 자기한테 졸지못한 기운만 쌓이는 겁니다.

오늘이 동지인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만 잘 살아가는 것인가를 배우게 됩니다. 동지(冬至)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겨서는 안 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를 기리는 4대재일(탄생한 날, 출가한 날, 깨달음에 이른 날, 열반한 날)도 중요하지만, 동지(冬至)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날입니다. 우리의 마음 하나를 제대로 굴리는 데 따라서 우리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니까요.

동지(冬至)에는 건곤(乾坤)이 바뀐다고 했습니다. 어두운 것은 넘어가고 밝고 좋은 기운으로 바뀐다는 겁니다. 밝은 양의 기운에 의해 어두운 음의 기운에 의해 꼼짝 못하고 묶여있던 것이 다 풀립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통합니다. 우리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은 두 가지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좋으면 좋다고 하고, 때에 따라서는 자기 욕심,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삿된 마음을 쓰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 동지는 내 마음의 지혜의 칼을 가지고 이런 삿된 마음을 여지없지 끊어내는 날입니다. 여러분 마음의 삿된 기운이 여러분 가정에 불화를 일으키고, 여러 가지 고민걱정을 하게 하고, 이 세상을 불안하게 만들고, 남과 북을 갈라놓고 전쟁하게 합니다. 여러분 자신에게 도적이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마음속의 도적을 진리의 지혜의 칼을 뽑아서 여지없이 쳐내는 것이 동짓날입니다. 동지팥죽은 여러분의 지혜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오늘 동지팥죽을 주지스님이 사부대중들과 잘 빚어서 만들었는데, 속세에서 끓인 팥죽하고는 천지차이지요. 왜 그런가? 여러분이 궁중비화도 들어봤겠지만, 자기가 낳지 않은 왕자에게는 죽으라고 자꾸 독한 기운을 주고 나쁜 기도를 합니다. 독한 기운을 받고 나쁜 기도를 받은 그 왕자하고, 좋은 기운을 보내줘서 좋은 기운을 받은 왕자하고 어느 쪽이 더 싱싱하겠어요? 그와 같이 속세에서 팥죽 끓여가지고 뭐 되겠다고 하지만 턱도 없는 소리지요. 여기에서 끓인 팥죽에는 스님들이 참선한 좋은 기운이 들어있습니다.
 
내가 후원에 점심 특식이라고 짜장면을 해 놨기에, "그 짜장면에 대지고기 좀 넣었어요?" 그랬더니 "아이 스님! 그거 큰일 납니다. 못 먹습니다." 이러기에 내가 "그런가?" 하고, 또 스님들한테도, "대지고기가 들어가야 짜장면이 맛있는데?”
하니까 나를 멍하니 쳐다봅니다. 내가 하는 말 뜻을 척 알아차리는 사람은 독수리가 토끼를 바로 낚아채서 날아가는 것이고, 내가 하는 말 껍데기만 보고 따라온 사람은 개가 공연히 나무 밑을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말하는 대지고기는 돼지고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큰 대(大)자, 지혜 지(智)자, 높을 고(高)자, 기운 기(氣)자, 대지고기(大智高氣)라는 말입니다. 이 음식을 만들 때, 큰 지혜와 좋은 기운을 담아서 만들었느냐 이걸 물은 겁니다. 대지고기(大智高氣) 그 이면에 뜻의 낙처가 어디 있는가를 척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과 겉모양을 따라오는 사람은 천지차이입니다. 내가 ‘대지고기’ 하니까, ‘돼지고기’에 얼른 따라와 가지고, “아이고, 그것 먹으면 큰일납니다.” 이럼니다.
 
사자교인(獅子咬人)이라. 사자한테 돌을 던지면 사자는 돌을 따라가지 않고 돌 던진 사람을 물어버리는데, 개한테 돌을 던지면 개는 틀림없이 돌을 따라갑니다. 여러분 인생을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입니다. 오늘부터 부처를 바로 보고 겉모양의 부처를 따라 가지 마세요. 누가 “야 이년아!” 하거든 ‘부처님이 설법을 하는 구나.’ 이렇게 알아들으면 될 텐데, 왜 그걸 ‘이년아!’ 하는 걸로 알아들어요? 내가 대지고기라 하니 왜 돼지고기로 알아들어요? 그 이면에 좋은 점을 알아들어야 되지요. 이게 바보천치라는 거라. 그래서 오늘 이 동지는 뭐냐? 나에게 있는 무명(無明)의 삿된 기운을 반야지혜(般若智慧)의 칼로 끊어내서 곧바로 부처가 되는 날입니다.

 어느 집인들 달이 비치지 않으리오. 원래부터 구족해 갖춰 있으니, 달도 강 위에 항상 비치고 있도다.

(2010년 12월 동지법회 대원스님 법어中)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 원문보기 글쓴이: 여산